금융 업무에서의 '친절함'이란
회사 전산 게시판에 '고객만족도 우수직원'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매 달 무작위로 상담 내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객 만족도 조사가 있는데, 여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10% 직원들에게 포상을 준다. 포상은 온누리 상품권 5만 원. 나름 쏠쏠해서 퇴근길에 가족과 먹을 과일이나 야채를 사가기도 하고, 수산시장에서 회를 떠먹는 데 쓰기도 한다.
이번 달에는 애석하게도(?) 나의 이름이 없다. 한 순간도 친절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정말이다. 내 입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한다. 그래도 뭐, 무작위로 고객들에게 조사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우수직원 명단에 몇몇 내 동기들의 이름이 보인다. 다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상담하고 있구나. 명단에 속한 이름들 중에는 매번 우수직원으로 뽑히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도대체 얼마나 친절을 베풀길래 매 달 고객만족도가 우수한 직원으로 뽑히는 걸까?
여기에서 나는 금융업에서의 '친절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에서 직원에게 '친절함'을 느끼는 그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 답정너인 질문일 수도 있다. 그건 바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해결해 주는 일', 더 쉽게 말하면 대출을 해주거나 채무 스케줄을 만족스럽게 조정해 주면 그 고객에게는 담당자가 바로 '친절한 직원'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 처리 기준 상, 규정 상 고객이 원하는 바를 처리해주지 못하면 '친절하지 않은 직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은 '상담 충분성'이라는 지표와 연결이 되는데, 유일하게 내가 8점대를 받은 지표이기도 하다. 상담이 충분하지 않았나? 지난달의 나의 상담들을 곱씹어본다. 지난달 내가 한 상담 내용들을 보니 접수율이 저조하다. 고객들의 업무를 처리해주지 못해서 나의 상담 충분도가 낮은 걸까? 그런데 이건 내가 어떻게 노력해서 올릴 수가 없는 점수인데.
이 시점에서 현타가 찾아온다. 우수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간과 쓸개를 다 빼주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도대체 이런 친절 직원을 뽑는 것은 누가 만든 제도일까? 친절한 직원으로 뽑혀서 온누리 상품권을 받고 싶은데,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의 속상함과 진정한 '친절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고객의 말을 귀담아듣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노력으로 매일 상담을 한다. 이 분은 상담이 끝나고 진행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나를 '친절한 직원'으로 생각해 줄까? 이런 생각하지 말자. 나는 나대로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긍정적으로 일을 하자. (그래도 이번 달엔 온누리 상품권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