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사람이 빌런일 때

진 빠지는 상담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된 날

by 이지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을 직장인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딜 가나 돌아이는 있다. 그렇다. 내가 지금 빌런 한 명과 같이 일하고 있다.


옆자리 빌런의 특징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아저씨인데 말이 정말 많다. 문제는 죄다 쓸데없는 말이라는 것. 그 말인즉슨 상담 시간이 정말 길다. 너무 길다. 한 명 상담할 때 1시간이 족히 걸린다. 여기서 나의 분노 포인트는 난 그 시간에 세 명을 상담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진 빠지는 상담들은 오롯이 나의 차지인 날이 많아졌다.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상담 건수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여태까지 몰랐던 빌런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이 보이질 않는다.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영어 원서 책이 ‘The Let Them Theory'이다. 그냥 내버려 두자. 옆에서 빌런처럼 굴던, 그래서 내가 일을 더 많이 하게 되건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주어진 대로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면 그뿐이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지는 것은 나 자신이다.


또 긍정확언도 더 많이 외쳐본다. ‘나는 매일 아침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주어진 일에 집중한다 ‘

오히려 더 일을 많이 하게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일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애써 합리화해 본다.


휴. 그래도 아침마다 저 뻔뻔한 얼굴을 볼 때면 울화통이 치민다. 어쩜 저렇게 남의 속도 모르고 해맑을 수가 있어? 오른쪽 악마가 머리 위에서 재잘된다. 왼쪽 천사는 ‘Let Them’을 외쳐댄다. 그래. 내버려 두자. 빌런은

언젠가 다 들통나게 되어있어. 그날이 올 때까지 버티면서 가는 수밖에.


애써 마음 가다듬고 있는데 옆에서 또 쓸데없는 소리 하면서 간단한 상담인데도 1시간을 넘게 이어간다. 웃긴 건 그렇게 기나긴 상담이 겨우 끝났는데 점심시간 바로 직전 그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아까 상담이 너무 길어서 정작 핵심 내용을 잘 모르겠어요.‘


속으로 한숨 한 번 쉬고 내 창구로 손님을 모셔 다시 설명해 드린다. 빌런이 진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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