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위의 병아리

by 김재홍

우리가 이사한 집은 소를 키우던 곳이었어. 소 운동장이 마당이 되어 잔디를 심었지

메뚜기 방아깨비들이 제법 많이 있었어. 서늘한 가을이 되면 놈들도 많이 커져 있지. 구미가 당기기도 해.


차를 타고 의정부 법원뒤쪽 길을 가던 중에 황당한 일이 일어났지.

편도 일 차선 도로를 제법 빠른 속도로 가고 있었고 내차 앞엔 승용차, 그 앞엔 상자를 가득 실은 작은 화물차가 있었는데

그 화물차가 덜컹덜컹하고 구멍 난 도로를 달리다

높게 묶은 박스상자들이 흔들거리더니 박스 몇 개가 떨어지는 거야.

떨어지면서 그 속에 있던 병아리들이 뚜껑이 열리면서 도로 위에 쏟아지는 거 있지.

몇 놈은 제법 날면서 말이야

와! 아직은 날씨가 찬데.....

병아리, 병아리 하면 아직은 어려 독자적 생존 능력이 없단 얘기잖아.

이 녀석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내 동댕이 쳐진 거야!

차들이 쌩쌩거리며 달리는 도로 위에 녀석들이 갈 곳을 몰라해!

병아리들이 퍼득퍼득 대면서 도로에 떨어진 것을 바로 뒤에 가던 승용차가 깔아뭉개면서 지나가

수십 마리가 죽었어!

난 그다음에 급정거를 하고 섰서 어떤 녀석은 아직도 다리를 파르르 떨고 있었어

머리도 없어진 녀석이 말이야.

검은 아스팔트 위에 살아 있는 노랑병아리들이 날 뛰고 있어.

놀란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하며 퍼지니까, 검은 아스팔트가 노랗게 물들어

노랑물이 펴져 나가는 거야.

이놈들은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나 봐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라!

얼른 뛰어나가 도로를 통제했어 30여 마리는 깔려 죽었고

앞쪽에서 오는 차들을 세우고

우선 녀석들을 살려야잖아!

그 화물차는 아무것도 모르는지 없어져 버렸고 30여 명을 깔아 죽인 승용차는 뺑소니쳤어

그래! 너 도망 잘 갔어 넌 도망갈 수밖에 없어 30명을 죽였으니....

병아리 무리는 도로옆 논 밭으로 펴져 나가고..

정말 큰일이더군


이걸 어쩌야 해?

수백 마리의 불쌍한 녀석들을.....

떨어진 박스를 들고 병아리를 담기 시작했어

그 방법밖에 수가 없잖아

아직 이른 봄이라 녀석들 추위에 떨 것이고

이곳은 녀석들이 살 곳이 못돼.

이곳은 너무 험한 세상이야

우선 살려야 잖아

내 뒤쪽에서 보고 있던 운전자들도 박스를 주어 잡기 시작하더군.

3박스가 떨어졌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 박스에 103마리씩 들어 있고

총 309마리가 떨어진 게야.

왜 하필이면 103마리냐 하면

100마리씩 담는 건데 3마리는 덤이레

몇 놈 죽을 것 감안해서 말이야.

309마리 중 30여 마리는 깔려 죽고

270여 마리가 도로 위로, 논밭으로 , 산 쪽으로, 흩어진 거야.

이놈들 못 잡으면 다 죽는 거야.

어떤 녀석은 차 밑으로 들어가 삐약 삐약 대기만 하고 영 나오질 않아

차 밑이 따스해선가 봐

어떤 녀석은 벌써 산중턱까지 올라간 거 있지.


뉴질랜드에 간 적이 있었는데

관광버스를 타고 한적한 지방도로를 가던 중에 양 떼를 만난 적이 있었지.

수백 마리의 양을 한 목동이 개들과 같이 몰고 가고 있었어,

도로를 꽉메운 이들 때문에 차들도 이들과 같이 움직여야 했지

몇십 분을 이들과 같이 갔어도 어떤 이 하나 투덜대지 않고 경적 울리지 않았지.

인구보다 많다는 양들이 대접받는 걸 보았지.


그와 비슷했어.

병아리 때문에 엄청 엄청 차가 밀리는 거야.

세 명이서 이들을 삼십여 분간 잡았으니 도로가 완전 마비가 됐지.

움직이는 모든 병아리를 잡고 통제를 풀었어

내가 제일 먼저 잡기 시작해서인지

한 100마리 잡았고 다른 사람 둘이 80여 마리씩 포획을 했지

차들도 웬만큼 소통이 되고 병아리를 잡던 세 사람이 서로 좋은 일 한 사람들처럼 자랑스럽게 모였고

그 둘은 나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듯하더군

내가 제일 먼저 목격했고

제일 먼저 병아리를 담기도 했지만

내가 아주 열심히 찾아다닌 덕분에 자연스레 리더가 된 거야

깔려 죽은 병아리들을 신문에 싸서 내차에 정성스레 옮기는 게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겠지만 불쌍한 먼저 간 녀석들을 길에 버려둘 순 없잖아

우리들은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한 아름다운 행동들이지.

오래전부터 아주 친했던 사이 같이 우리들은 서로 호감이 가더군

한 젊은이가

"녀석들을 어떻게 하죠" 한다,

다른 한 사람이

"파출소 갖다 주면 주인 찾아 줄까요? '

다시 젊은이

"오늘 밤 안에 모두 죽을 걸요." 한다.

나보고 결정을 내리란다.

이 녀석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야

생명이 붙어있는 녀석들을 살리는 방법만이 해결책이 아닌가.

내가 물었다.

"잘 키울 수 있습니까?"

젊은이는 자신 없는 듯한 표정이고

다른 이는 경험도 있단다.

도로 위에서 짧은 시간에 사육법을 알려 주었지

[첫째도 온도이고 둘째도 온도이고 셋째는 역시 온도다.]

[40도 정도를 유지해라.]

큰 박스를 구해 전등을 켜주는 방법을 설명하고는

이들을 사료가게에 데리고 가서 사료를 사주었지 병아리용으로 말이야.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게 왜 사료까지 사주었을까?

잘 키워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나 봐

명함을 서로 건네고 우린 해어졌어.

굳게 악수했지.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전우들처럼 말이야.

난 그들이 잘 키워 내리라는 기대와 자신감을 갖고 또한

내가 제일 잘 키우자고 다짐을 하고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을 향했지

당시 병아리 한 마리가 약 500원 , 100 마리면 약 50,000원 정도인데

나는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뿌듯함과 행복감 자랑스럼을 느껴

내가 뒤에 따라갔기에 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는 마음까지 합해

엄청 좋은 일을 한 사람인 듯하더군


정성을 쏟았지. 99마리였어

이놈들을 모두 다

한 마리도 사고 없이 다 잘 키웠어

이놈들이 육계래 식용닭 말이야!

네 달이면 다 크는 놈들이야.

산골과 인근 논밭을 모두 휘졌고 다니며

산골의 주인이 된 게야

신나게들 놀고 다녔지만 남의 논밭을 망쳐 놓아

대신 닭으로 변상하기도 하고 가을까지 키웠지

인심 많이 썼어 내가 키운 놈들 내가 잡을 수 없잖아

인심만 썼지

그해 겨울이 오기 전에 전부 인심 썼지

녀석들 형제들은 어찌 되었을까?

잘들 살았었을까?

그날 죽을 뻔한

녀석들을 몇 달 더 살게 했으니까 잘한 일일까?

병아리까지 주워와서 일 거리 만든다고 투덜대는 집사람한테는

미안 하지만 말이야.


별일 다 생기지?

나, 좋은 일 한 거 맞아?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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