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 이야말로 ‘불로초’

-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방송 촬영, 첫경험이란 -

by 푸시퀸 이지

내 마음 사전에서는 '처음'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기대감이 납작 엎드린 상태', '잘 되면 땡큐 잘못 되면 본전'. 코로나는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교환시켰다. 내 저자강연에도 바이러스가 침투해 유튜브 세계까지 번졌다. 그 기류에 올라탄 첫경험이 슬라이딩을 하는데...



# 강연 D-1


유난히 차가 막히던 금요일 밤. 원주에서 경기도 땅에 발을 디디니 시계는 저녁 8시 반을 가리킨다. 시계 초침 끝에 다음날 저자강연 팻말이 매달린다. 대면 PPT 자료는 60분 타이머가 설정되었다. 코로나로 인력이 감축되었듯이 유튜브란 환경으로 콘텐츠 절반도 해고될 판. 과연 내 말이 30분 커트라인에 들어가는지, 뱃속과 시간도 채울겸 식당으로 직행했다. 혼밥과 어우러진 30분내 진입 결과, 확인 후 집 도착.


원주서 올라왔다고 한 상 차려져 있다. 엄마는 싹쓸이하며 게걸스레 먹는 모습에 흥분하는 관음증이 있다. 살에 살이 맞닿아 요염하게 누워있는 회들을 어째, 야채 과일 퍼레이드는 또 어쩔. 엄마의 관음증에 금단증상 일어날까봐 밤 10시에 접시 비우기 게임에 돌입했다(말은 의무감에 먹은 것 같지만, 맛은 또 있다). 한 사람 살리려다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내가 죽을 뻔 했다.



# 강연 D-Day


유튜브라이브 촬영 장소까지 집에서 1시간30분소요. 전철에서 마스크 쓰고 포니테일이 난리가 났다. 시계추 진자운동을 일삼는다. 눈 뜨니 내리는 역이다. 다행인지, 코로나로 전철 의자가 100세 어르신 구강 구조다. 내 포니테일에 누군가가 한대 얻어맞았다면 그게 신경쓰여 촬영 때 내가 얻어맞을 뻔했다. 저자특강 운영진들이 피자를 사이에 두고 회의중이다. 마스크로 짓눌린 콧잔등, 피자로 입까지 짓누를 수 없어 식욕을 간신히 억눌렀다.


5시 시작 직전, 유튜브란 속성은 화면에 나온 사람 혼자 떠들면 그렇게나 지루해 채널 돌리고픈 욕망이 뻗친단다. 30분에 맞춘 강연을 15분으로 이모작 해야 될 판. 말하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이 다투다 슬그머니 컨텐츠를 반값 세일했다. 실시간 채팅과 운영진의 질문 사이에서 눈과 귀는 자리싸움을 벌였다. 보자기에 농작물 싸서 올라온 엄니마냥 바리바리 싸온 책쓰기 재료 화일, 바인더, 운동일지도 신경쓰인다. 아, 정신없다. 나머진 신비감 폴더에 저장하자.



# 강연 D+1


난 ‘다음’을 투 트랙으로 사용한다. 현재에 있어서는 ‘다음’이란 없다라는 공식으로, 미래에 있어서는 ‘다음’ 번에 수정으로. 강연 후 응원의 메시지와 선물, 질문 모두 감사하다. 또 감사한 게 있다. 바로 건의, 제안이다. 책 내용 관련 질의응답을 기대했는데 적었다는 의견 등등. “70대” “부모님” 제안을 끝으로 ‘유튜브 저자강연’ 폴더를 닫는다. 가족이니까 해주는 건의, 가족이니까 접수한다.


“말에 맞는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튀어 나오게 자료 좀 만들지. 배경 사진이 어째그리 고정 자세냐.”

“자료화면은 대문짝만하고, 넌 왜 기어들어 가 있냐.”

“다음 책에 대한 얘길 그렇게 밝혀도 되냐? 나도 책 같이 낸다고 밝혀야지.”

“말이 빨라 숨도 차고 호흡도 안 되면서 노랜 왜 했냐?”


(화면은 요즘 트랜드, 무반주 한계 넘으면 다른 것도 넘을 것 같아서...)



# 엔딩 크레딧


한 집 사는 아이들이 유튜브 라이브방송 볼 때 담 너머 이웃집 불구경이었다. 난 이해력이 딸리는 사람이라 몸으로 온전히 느껴야 간신히 하나 깨닫는 인간이다. 이웃집 불, 내 몸에 붙어 보니 이제 알겠다.


바로 코 앞에서 체온 못 느껴도 화면 너머로 서로의 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첫경험이 가슴에 불을 지핀다. 젊어지는 샘물과 불로초 따윈 필요치 않다. 첫경험 약물만 다박다박 복용하면 나이가 물구나무 설 테니.




< 실시간 라이브방송 > 18분부터 등장!

* 채널 질문으로 눈 딱 감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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