낌새 알아차리기

- 감 잡았어! 땡 잡았다고!! -

by 푸시퀸 이지


아들이 바라본 엄마...어른아이와 아이어른의 달리기!


3월 한 달 마음이 뒤숭숭했다. 누군가가 원격 조종하는 것처럼 기분이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렸다. 새로운 업무에 노출되어 그런가. 그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숫자에 놀아나서 그런가. 직장 대하던 마음은 모래사장을 밟는 발과 같았고, 업무와 마주하던 마음은 모래알을 담은 손과도 같았다.

제아무리 미치고 파치는 일이라도 '의미'가 곧잘 중재했었다. 고작 파칠 정도의 일 앞에서 의미는 홀라당 가출하고 오락가락하는 통에 나조차도 피곤했다. 액체로만 존재한 우유에 고체 덩어리가 생긴 이유가 무엇일까. 색이 바래고 악취가 끼기 전에 내 몸부터 노크한다.

3월 한 달간의 움직임을 살펴 보았다. 근육은 위축해 있다. 헬스장 기구 앞에서 고무줄 놀이 하던 근육이, 짊어진 무게가 없어 그런지 백수 신세에 잔뜩 무기력해졌다. 근육이 이모양이니 자신감과 자존감도 물든다. 의심가는 놈이 하나 있다. 혹시 호르몬의 장난질인가. 운동을 하면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란 호르몬이 각각 영향 받는다고 한다. 인슐린은 핏속에 떠도는 놈을 세포 속으로 유인하고, 코르티솔은 세포 속에 있는 놈을 핏속으로 내모는 역할을 한다.

그럼 그 놈이 '당 성분'이라치면 인슐린이 핏속에서 당을 빼내 근육세포로 끌어다 앉힐 것이고 코르티솔은 근육세포를 쥐어짜 핏속으로 보낼 터. 그렇다면 집에서만 깔짝대던 운동으로 근육이 짜그라든 거고 마음까지 의기소침했던 것이다. 게다가 난 공복감과 포만감에도 영향받는 인간이 아니었던가. (*주의: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이거나 운동의 허가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호르몬이 돌변한다)

호르몬도 호르몬이지만 운동에서의 3대 산맥은 무게, 자세, 집중이다. 이 산맥이 흔들렸으니 무게감 없는 행동을 하고, 마음자세가 삐뚤빼뚤이고 정신상태가 갈지자였다. 워낙 세 가지가 튼튼했던 사람은 코로나든 메로나든 뭐가 와도 변함 없을텐데 나는 이 세가지에 싸가지가 없던 사람이다. 분석 결과, 당신은 '환경 의존형'입니다, 라는 환청이 들린다.

난 항상성에 함량 미달이다. 뼈를 묻을 것만 같던 헬스장, 뼈도 못추리게 흘리던 땀. 헬스장의 항상성이 깨지니 기댔던 몸도 기우뚱, 의존했던 마음도 갸우뚱 했다. 이제 헬스장 가면 기구에 땀 묻히고 도망가던 사람, 자기 몸 놔두고 남 쳐다보는 사람, 기다리는데 휴대폰 들여다보며 기구에 전세 낸 사람... 이런 비호감도 너그러이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움직임의 그리움이 마음을 부추긴 셈이다.

심경 고백하니 학원가방 곁에 두고 맘껏 뛰라던 아들...기다려준 것도 고마운데 사진까지...


서울 재택근무로 요며칠 발목 잡혀 그런지 원주로 향하는 발걸음이 헬스장만큼이나 반갑다. 출근할 때 자고 있던 아이도 학교가 그렇겠지? 어찌됐건 사치심으로 채운 '포만감'을 핏속으로 내보내고 '자존감'을 근육세포로 끌어들였으니 감 잡고 땡 잡았다.

4월의 시작, 2분기의 스타트, 감 좋은데?
이런 영감까지 떠오르고...
"영감~ 왜 불러.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잘했군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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