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필름 출판사 대표이자 카페 공명을 운영하는 김상현 작가 에세이다. 최근에 53쇄를 찍으며 개정 발간된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에 이은 신작이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처럼 이 책 역시 책장을 열기도 전에 표지에서 한참 머물렀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에서는 아이와 나눈 대화가 오버랩 됐다.
"영인아, 내가 쓴 글은 누가 읽을까. 형식적으로 말고 진심으로"
"엄마,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곡을 쓰고 싶어.
죽음 뒤 오래도록 남겨진 작품처럼"
위 책에서 죽으면 찾아 올 방문객보다 살아있는 문장을 수두룩 건졌다. 그런 답습으로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에 내 몸은 "저를 부르셨나이까?"로 반응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책 표지 앞에서 한참 서성였다.
'이 길이 맞나?', 가 삶의 양념이 되어버린 나를, 이미 뭐든 해내는 사람이라 믿어주고 추켜세운다. '뭐든 해보자'란 생각도 슬그머니 들어왔다.
평소 입버릇 단어가 '결국', '뭐든'인데 제목에서 두 개나 빙고 맞았다. 거기에 '해낼'도 아니고 '해내는' 사람이라니. 표지 그림도 김상현 작가가 바라보는 모습(망원경) 속에 현재를 즐기는 우리 모습이다. 시작부터 설렌다.
저자의 6번째 책인데도 들어가는 말은 이렇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내가 글 쓰는 게 맞나?' 하는 의문부터 시작해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걸까?',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내 마음 속 에필로그이기도 하다. 먼저 밝혀줘서, 내가 피곤하게 사는 사람인가, 내가 예민한가, 라는 자책에서 해방시켜줘서, 어떻게 중심잡고 행복하게 살 것인지를 풀어줘서, 이래저래 다행이고 감사하다. 젊은 나이임에도 온갖 역경을 감수하고 다른 이들 그림자에는 햇살을 내비치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읽는 내내 '내 말이...', '나도...', '이제는...'이 튀어 나왔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위로, 용기, 따스함, 배려, 성숙이란 키워드가 동동 뜬다.
연남동에 위치한 <공명> 카페는 한 쪽 벽면이 책장이다. 이 책도 벽면의 일부를 도배했다. 책이 없었다면 언제 벽을 이리 뚫어져라 쳐다볼 것이며 '부적'이란게 뭐 따로 있나. 제목이 기적 같은 부적인 것을. 프랜차이즈 커피 맛에 일상이 되어버린 내 혀에도 하이라이트 점을 찍었다. 맥주보다도 빠른 커피 완샷. 이 책도 맛에 끌려 순식간에 완샷.
"모든 점들이 행복하고 하이라이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점이 하이라이트라면, 그 점들 역시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되어 버리기 마련일 테니까요(86p)"
김상현 작가 책을 3권 접하고, <행복해지려는 관성, 김지영> 책도 단숨에 읽은 탓에 <공명>이란 카페를 현장답사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커피 향에 알딸딸 취하고 집에 돌아오니 컴퓨터 화면에 책상 위에 악보가 낮잠 자고 있다.
영인이는 틈틈이 악보를 그리며 곡을 쓴다.
새벽녘 이불 밖으로 삐져 나온 두 발도 드럼을 친다.
영화 줄거리와 음악을 분석하고자 오늘 저녁은 영화관 직행이다.
아들에게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너는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오늘 점심은 '김치국' 아닌 '결국' 먹자"
어떤 걸 할 때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으며, 어떤 부분이 계속 생각나고, 집중할 수 있고, 꾸준히 반복할 수 있을 것인지...그 일에 대한 내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과 더불어 오히려 즐겁고 신이 나는 것. 그 일이 바로 스스로가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일...(23-24p)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한 우물을 파서 성공을 이룬 사람보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시작하다가 좋은 기회를 만나 성공을 거둔 사례가 훨씬 많은 이유가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25p).
삶의 기본값을 편안함과 익숙함이 아닌, 고통과 저항 그리고 책임으로 잡아두었으니까요...내가 가는 길을 막아서고 방해하는 존재도 나타날 것입니다...방해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방해를 받을수록 내가 균형을 찾으려 한다는 사실...(47p)
저는 '효율'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평소 인풋 대비 아웃풋이 효과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삶의 균형을 찾는 일'과 '고통과 저항을 받아들이는 일' 앞에서는 효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따져볼 수도 없을 뿐더러,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48p)
내 안에서부터 나온 것들이 상대방에게 전해져 상대방을 채우고, 다시 상대방의 것들로 내 안을 채우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 안이 썩어 문드러져 있다면 상대방에게 줄 것들 역시도 비슷한 상태일 겁니다(105p)
행복들은 두려운 것들 뒤에 감춰져 있어서, 두려움에 부딪히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결과가 어찌됐건 손가락질 하던 사람들의 손가락 역시 하나둘 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다 펴진 손으로 박수를 치게 될 것입니다(119-120p)
유연하게 대처하다 보면 삶에 틈이 생기게 됩니다. 그 틈으로 알 수 없는 행복이 들어오기도 하고, 귀한 사람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지나간 건 지나간 대로,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대로, 그렇게 그대로 놓아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149p)
어느 누가 가을에 핀 벚꽃이라고 해서 벚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누가 가을에 핀 벚꽃이라고 해서 예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벚꽃은 언제 피어도 벚꽃인 것처럼 내가 피어날 시기 역시 나에게만 맞추면 되는 거였고, 나는 흔들리고 아프고 불안해도 계속해서 나로 존재하면 되는 거였습니다(154-15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