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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an 23. 2023

월요병, 브런치

일요일의 남자 송해 저리가라로 생각나는 월요일의 브런치

월요일 = 브런치

각인 효과는 실로 놀랍다.


2월에 출간 예정인 책을 앞두고 오늘까지 3교 수정본을 보내려던 참이었다. 연휴 전에 단단히 먹은 마음이었다. 나의 눈꺼풀은 365일 5시30분에 열어 제치는 AI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내 머릿속을 침범한 건 '퇴고' '교정' '출판사'도 아닌 '월요일=브런치'였다. 이보다 강력한 알람이 또 있을까.  


월요일은 브런치에 '일상' 글을 올린다고, 나의 컨셉인 '몸', '근육'도 아닌 '일상' 글을 올리겠노라고 브런치에 털어놓지 않았던가. 월요일은 다른 요일 보다도 더 지지고 볶는 요일이다. 교통도, 사람도, 쉼과 일의 건널목으로서. 월요일 아침에 카톡으로 브런치 배달을 받아 버릇해서 그런지 괜히 있어 보이려고 월요일을 택했다.  


일단, 출판사와의 약속부터 지키자. 약속을 퇴고 하일은 있을 수 없으니. 눈으로 후루룩 훑었다. 그 다음 입으로 좔좔좔 훑었다. 평소 같으면 오디오북처럼 읽었을 텐데 5배속으로 헬륨 마신 양, 인쇄물이 대본인 양 주절댔다. 이렇게 속사포로 진행하는 이유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다. 그것도 '출간 직전 마지막 퇴고'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전작 <턴의 미학> 마지막 퇴고 때 마침표와 함께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이번에도 비스므레한 감정이 소용돌이 쳐 수많은 단어들을 이 곳으로 끌고 오려던 참이었다. 글의 '마침표' 버튼은 '감사함'을 복받치게 한다. 전 보다 나은 현재에 흰 눈 쏟아지듯이 눈물 펑펑 쏟아진다. 이번에도 그런 일기예보 조짐으로 퇴고 일도, 브런치 글도 5G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


밤새 가둔 휴대폰 '무음'. 

퇴고를 마치고 '진동'으로 석방 시켰다.

어라, 오늘 따라 왜이리 몸을 흔들고 난리 부르스인가.

(브런치 글 방향성이 바뀐 계기)





생일 축하 메시지들이었다. 그제서야 내가 태어난 걸 알았다. 생일 보다도 더 강력한 '월요일 브런치', 월요일은 내게 파블로프의 종소리였던 것. 브런치 침을 질질 흘리도록 만드는. 월요일 7시에는 글을 발행해야 출근도 안정권이다. 오늘은 생일이니 브런치 먹는 시간에 발행하는 호사도 누려 본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하면서 브런치를 열고 월, 목요일이면 다다다다 쓰는 나를 발견했다. 올해 1월부터 브런치 휴면 계정을 풀고 월, 목요일에 글을 발행하기로 약속했는데 1월을 다 보내기도 전에 내 몸에 브런치 문신이 새겨진 걸까. 습관이란 3주 만에도 완성되는 걸까(옴 붙을라 입방정 stop).


현 근무지로 발령 받기 전, 원주 본원으로 출근 했을 당시에는 월요일이면 원주 사택으로 일용할 양식이 배달되었다. 택배는 월요병 극복품이었다. 브런치 글 발행으로 월요병이 끼워들 새가 없다.


'생리적 욕구'에서 브런치 글이라는 '자아실현 욕구'로 월요병을 극복하니 도대체 몇 단계를 뛰어

 넘은 건가.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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