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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an 30. 2023

아직도 필사 하세요?

회사 메신저로 질문이 들어왔다. 4년 전 함께 일한 직원이다.


"팀장님, 아직도 필사 하세요?"


잘 지내느냐는 자신 만의 안부 방식일 수 있다. 열 번 생각해 한 번 말 걸은 시간일 수도 있다. <어느 날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을 필사 하고 작가가 되어 출판기념회 때 자신을 사회자로 내세우고는 퀴즈에 정답을 맞춘 자에게 내 필사 책 한 권을 선물로 주라고 지시한 게 생각나서일 수도 있다. 9시를 갓 넘긴 따끈따끈한 오전이라 새벽형 인간, 새벽에 하는 짓이 떠오를 수도 있다. 본인이나 주변이 필사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일 수도...


질문의 내막은 모른다. 하느냐 마느냐만 물은 것 같아 장난도 칠 겸, 때마침 책에 적은 내용을 질문해 욕구도 밝힐 겸, 근무 시간에 엄청 열심히 일하는 척도 할 겸, 단타성 답변을 띄웠다.


"나중에 책 나오면 사다 봐~ 거기 다 나와 있어"


굵고 짧은 답방의 부메랑.

"여전히 팀장님 다운 답변입니다!"


새벽마다 신문 스크랩 업무를 2년간 하기 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니 '김훈'이니... 작품들을 필사했다. 3년간(성경 필사는 여전히 ING).    


메신저 그녀에게 시일이 한참 지난 후 답했다.


"어, 필사해"


책을 필사하던 몸은 또 다른 필사로 줄타기 중이다. '필(라테스)사(랑)'으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움직일까, 어떻게 하면 다 함께 움직일까, 로 가슴 뛰는 중이다.


손으로 뭔가를 쓴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걸로 몸을 쓰는 것과도 같다. 내가 필사적으로 하는 그 무언가가 내 몸에 새기는 '필사'


누군가를 위해 필사적으로 보내는 몸이야말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필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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