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한답시고 쓴 게 책이다. 헌데 책을 내면 관계도 정리 된다. 책에 인생을 쓸어 담았다. '인생'을 바라보는 사람과 '출간'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나뉘는 건지 예상치 못한 반응들을 본다. 책을 냈다는 사실을 최근 연락 순으로 파장을 넓혀 나갔다. 업무로 오간 사이는 역시 드라마틱하다. 업무 협조도 잘 했고, 좋은 이야기를 늘 들려주던 사람. 최근 기록에 따른 선착순이거늘 무응답이거나 열 마디에 YES, NO로 답을 다는 것 같은 반응이 있다.
반면, 너무 오래 뜸한 사이라 연락을 해도 되나, 싶은데 가족 일인 양 축하해 주고 잊지 않고 연락해줘서 거듭 고맙다고 한다. 카톡도 모자라 전화 주어 목소리까지 확인하는 반응. 심지어 경치 좋은 곳에서 살고 있으니 꼭 놀러 오라고. 오래 전 그때와 지금 모습을 비교까지 하며 정을 들이붓는다. 어제까지 연이틀 20년 전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최종 연락은 8년 전). 책 사진을 보내면서 혹시 당신이냐며. 책은 비둘기가 되거나 커터칼이 되어 인연을 편집한다.
내부 고객이든 외부 고객이든 내 업무가 바뀌고 내 상황이 바뀌어도 똑같이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왕님께 바치듯 간 쓸개 다 빼주던 사람이 간이식을 받았나, 누구세요? 이기도 하다. 물론, 후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상대가 바빠서도 그럴 수 있다. 나 조차 내가 연락을 했었나, 하며 마음속 명함 수첩은 정리된다. 내 책을 읽은 누군가도 운동도 그렇지만 모임과 관계를 정리하고 계기가 됐다고 한다.
뭐니뭐니 해도 업무는 까칠하지만 책에는 진심인 사람에게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뭐라도 싸주고 싶은 사심 든다. 이왕 관계에 흥미 붙인 김에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비대면에서 대면으로의 관계도 신기할 듯하다. 양적으로는 축소판이겠지만 질적으로는 높아지는 관계. 그런 의미에서 북콘서트 정보 슬그머니 흘린다.
출간(出刊)은 출간(出間)인 듯하여.
* 글을 안 쓴지 보름되니 드디어 어제 브런치에서 푸시를 했다. 알람을 들어야 쓰는 인간. 먼저 좀 하면 덧 나는 인간. 브런치는 역시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