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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ug 08. 2023

위기는 기회다

한발 서기로 우뚝 서기, 노화 역행자


평소 바지 입을 때 오른 다리부터 끼운다. 서서 양말 신을 때도. 신호등, 엘리베이터, 전철 등 기다리는 타이밍에서도 어김없이 오른 발 드는 학이 된다. 그만큼 오른쪽에 비해 왼쪽 엉덩이 근육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틈틈이 이리 저축을 해도 왼쪽 힘의 논리는 오른쪽을 이길 재간이 없었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언제 행복을 느끼냐고. 한 발 서기가 될 때 세상 다 가진 느낌이라 했다. 발 하나를 땅에서 떼어낼 때 큰 일을 해낸 것 같다고. 작년 북토크 자기소개에도 한 발 설 때 행복 느끼는 사람, 이라 적는 걸 보고 AI 다 됐군 싶었다. 한 발로 스타킹 신는 여자라며 유튜브고 어디고 동네방네 떠들게 된 이유다.


요며칠 왼 다리에 무게 실어 지냈다. 깁스 덕분에. 워낙 자기 전 명상 자세로 한 발서기를 한다. <내면소통>의 김주환 교수님 명상을 귀에 꽂으면 한쪽 다리 5분씩 갈라 먹는다. 깁스 다리 보존을 위해 1분을 하고 있노라니 뇌가 꿈틀댔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를 잡기 위해서.


한 발로 서면서 나 자신을 인정하며 그동안 영역도 넓혀 나갔다. 한발 데드리프트, 한발 스쿼트, 한발 힙 익스텐전, 한발 고관절 운동, 한발 스트레칭, 한발 발목 운동, 한발 스텝 댄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엄마와 함께 한 에어로빅 동작도 한 발로 설 수 없는 엄마라 순차적으로 한 발을 들어올리고자 콕콕 찍는 스텝이었다.


노화는 다리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노화 측정 지표 중 하나가 '한 발 서기'다. 1) 눈 감고 한 발로 얼마나 서 있는지  2) 의자에서 한 발로 일어설 수 있는지  3) 한 발로 얼마나 앉아 스쿼트를 할 수 있는지로 알 수 있다.

      

2021.4.12. 채널A 뉴스에 따르면 눈 감고 한 발 서기 기준 나이가 50대로 넘어서면서 짧아지는 걸 알 수 있다. 일본 교토대의 67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눈 뜨고 한 발 섰을 때 평균 1분을 선 사람 보다 20초 미만으로 선 사람이 MRI상에서 뇌가 더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이는 균형감각이 뇌와 관계 되고 또 인지기능과도 직결됨을 알 수 있다.


1989년에 남녀 2,766명으로 대상으로 1.악력, 2. 앉았다 일어서기 횟수(1분내) 3.눈 감고 한 발 서기를 측정해 13년 후 비교해 본 결과 암, 심장마비에 따른 사망률에 차이가 있었다. 그 중 눈 감고 한 발 서기가 가장 강력한 지표였는데 2초 이하가 10초 이상보다 13년 동안 사망 가능성이 13배 높았고 뇌경색이 두 곳 이상으로 나타난 환자의 34.5%가 눈 뜨고도 한 발 서기를 20초를 넘기지 못했다고 한다.


인간의 축복은 직립 보행이다. 한 발로 내딛는 것 자체가 이동 수단이다. 내 힘으로, 내 발로 세상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한 발 서기'가 필수다. 축구선수처럼 오른발 잡이라면 디뎌 왔던 왼쪽이 차별 대우를 받았을 수도. 내가 편한 쪽으로만 써 왔느니 몸과 뇌에 균형을 맞춰 주어야 한다.      


매일밤 자기 전 내 몸은 학이 되고 나무가 된다. 낮동안 바라보던 자연, 이제 나 자신이 자연이 된다. 나를 바라본다. 오른 발 깁스를 하면서 그동안 취약 지구였던 왼쪽 중둔근을 더 많이 쓰게 되었다. 양쪽 균형이 맞아 들어가는 길일 수도.



* 갑자기 이런 글은 왜 쓰며, 장화 신은 고양이가 되었나, 하는 분을 위한 자초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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