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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ug 02. 2023

아침이 복에 겨운 이유


바쁜 아침이라 미숫가루나 선식을 타 먹는 사람, 과일을 갈거나 쥬스로 마시는 사람, 훌쩍 건너 뛰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전에 모시던 실장님도 아침에 블루베리와 바나나를 믹서기에 갈아 한 잔 걸치고 출근 한다고 했다. 아무튼 '원샷' 분위기다.


4년째 아침 과일식 중이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시계바늘이 7시 고개를 넘어설 때 과일 슛 들어간다. 이 생각에 전날 밤부터 침이 고이며 아침이 기다려진다. 운동을 한 후 '내가 어디가 아팠었더라', 하듯이 사각사각 아작아작 씹고 있노라면 '내가 뭘 고민 했더라'며 무아지경에 다다른다.



맛으로도 황홀 그 자체지만 행복의 근원은 물리적인 데에 있다. 바로 갈갈이, 치아다. 앞니와 송곳니 수비수로 시작해 어금니 패스와 혀의 쓰리쿠션으로 골인되는 그 순간. 고체가 액체 되어 입 안 가득 메운다. 믹서기를 꺼내어 갈고 자시고도 없이, 씻고 말릴 것도 없이 '구강 컵' 안에 고스란히 쥬스로 담긴다.


아침은 '치아' 하나 하나에 대한 '알아차림' 시간이다. 믹서기와 설거지는 명상 시간으로 대체 된다. 튼튼한 '이'가 있어 감사하고, 건강에 좋을 만큼 수십 회 씹어 감사하고, 씹으며 뇌를 자극해 또 감사하다. 손은 최고조에 이르는 감각에 등 떠밀려 식탁 메모지를 채운다.


원주 사택에 있을 때는 과일을 통째로 손에 쥐고 동굴에 사는 여인인 양 우걱우걱 먹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입 속으로 향할 접시 채우는 일로 엄마는 행복을 찾는다. 손가락 아닌 젓가락으로 우아한 여자가 되었으니 그 맛에 또 복에 겹다.


먹는 역할에 충실했던 '입'은 또 벌어진다!

안으로 삼킨 음식이 밖으로 소리내는 시간.



" 08 나는 내 치아를 사랑합니다

내 치아는 강하고 튼튼합니다. 나는 기쁨으로 인생을 물고 늘어집니다. 나는 나의 모든 경험을 신중하고 완전하게 씹습니다. 나는 결단력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고수합니다. 나는 확고한 내면의 기초 만드는 생각을 선택합니다. 나는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것을 알고 있으므로 내면의 지혜를 믿습니다. 나는 내 아름다운 이빨을 사랑하고 고마워합니다"

- 나는 지금 내 몸을 사랑하고 있는가? 28-29p -




하루 하루 버라이어티 한 일과 사건들. 방광이 터질 듯한 상황이어도 방광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지금, 현재, 이 순간으로 존재하는 '몸' 안에 있어서다.​ 과일 물에 흠뻑 젖은 미각에 이어 찬물 샤워까지 끼얹으니 하루 종일 에너지로 물 만난 고기가 된다. 스트레스를 받아 이 악물고 살면 씹는 근육인 턱관절(교근)과 옆통수(측두근)가 아프다. 이왕 근육 자극할 거....


밥 한 끼 먹으면서 뇌신경도 기분 좋게 하면 어디 덧나나.

​뇌신경 12개 중 밥알 씹으면서 득템할 수 있는 건 교근(5번), 얼굴표정근육(7번), 입안근육(9번), 미주신경(10번), 혀밑근육(12번)이다. 대부분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통합된 신경이다(12번 제외).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이렇게 거저 받는 게 어디인가.


인생이 다 그런 이치(齒)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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