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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곽

틀어짐 길라잡이 가슴우리

by 푸시퀸 이지

뼈면 뼈고 근육이면 근육이지 흉곽이라는 부위도 있나, 라고 무식이 통통 튈 때가 있었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흉곽을 알게 되었다. 흉곽을 느끼면서 의심은 걷혔다. 흉곽을 때론 가슴이라 부르기도 한다. 폐니 심장이니 중요한 장기들을 모두 '우리(cage)'처럼 에워싸 '가슴우리'라 칭한다. 흉추(등뼈) 12개와 갈비뼈가 짝짓기 해 가슴 한복판에서 복장뼈와 만난다. 마치 새장 같다. 갈비뼈는 단지 내장 보호 역할만 하는 줄 알았다. 갈비뼈가 움직인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뼈와 뼈가 만나는 게 관절이고 더 잘 붙으라고 연골까지 있는 데도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숨 쉰다. 갈비뼈를 부목 취급 해 호흡은 가슴 담당이었다. 그것도 가쁘게.


"갈비뼈가 움직이는 흉곽호흡을 하세요"

도대체 얼마나 지나야 이 잔소리를 면할까. 팔다리 동작 배우러 왔지 흉곽 운동을 배우러 온 게 아닌데 진정 새장에 갇힌 기분이었다. 호흡할 때 흐느껴 울듯이 왜그리 어깨를 올리느냐 했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왜그리 가슴이 파핑(popping, 거품)되느냐 했다. 어떤 동작이건 '기승전흉곽'으로 태클 걸었다. 걱정해 주는 소리도 한 두번이지 가슴 들린 게 뭐 대수라고 운동할 맛이 안났다.


가만히 나를 돌아보았다. 흉곽이 위로 들리니 갈비뼈 12개와 연결된 흉추(등뼈)가 꺾였다. 흉추와 이어진 요추(허리뼈)도 앞으로 더 꺾였다. 오른쪽 가슴 아래 갈비뼈 하나가 들떠있어 왼쪽 척추 측만과 협착을 더 가중시켰다. 들린 가슴으로 제아무리 들이마신들 많은 공기가 들어올리 만무하고 그만큼 찌꺼기로도 적게 내보냈던 것.


흡~ 갈비뼈를 부풀리고 후~ 납작하게 쪼그라뜨리고. 반복재생 했다. 종교 안에서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더라도 밖에서는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흉곽호흡 만큼은 집, 회사 리얼 타임이었다. 심지어 흉곽 위에 손을 얹어 놓고 잠들 때도 있었다. 흉곽 잡다 사람까지 잡겠다 싶었는데 흉곽이 사람 만들었다.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흉곽 부풀리기는 감정 특효약이었다.


흉곽은 중요한 단서도 찾아냈다. 흉곽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을 때 무거운 것도 들 수 있었다. 흉곽으로 버티는 힘이 있을 때 팔다리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진정 몸의 노른자이자 코어였다. 왜 그토록 흉곽, 흉곽, 단속 했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이해하면 뭐하나. 철 좀 드니 철딱서니 없는 일이 생겼다. 폴댄스를 하다 갈비뼈가 부러졌다. 오른쪽 9번째 갈비뼈다. 흉곽이 유독 들려 있던 그 우범지역. 갈비뼈 하나가 부러지니 호흡 하기도 힘들었다. 호흡처럼 기본적인 일상생활 조차 숨이 멎었다. 흉곽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복습했다. 평소 흉곽 쓰던 가락이 있어 그런지 출퇴근 업무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런 때 대비해 흉곽 근육에도 보험 들어 놓아 천만다행이다.

흉곽이 중립 상태로 정렬이 맞아들어가니 척추도 부드럽게 움직였다. 겉으로 드러난 큼지막한 근육(광배근, 대흉근 등)에만 눈이 멀었었다. 가슴이 들려 있을 땐 턱도 추켜 세웠다. 말린 어깨에 대한 보상 작용이 일어났다. 들린 흉곽이 내려앉으면서 성격도 느긋해지고 유해졌다(전 보다).


흉곽도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 갈비뼈 근육이 딱딱할수록 가슴은 더 올라갔다. 가슴 높이가 내 마음 지표 같다. 갈비뼈가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흉곽도 내려갈 수 있었다. 들린 가슴으로 뻣뻣 하기만 했다면 누군가를 뜨겁게 안아줄 수도 없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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