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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Dec 18. 2023

마냥 눕고만 싶을 때 좋은 운동

소도구는 천골, 골반, 내장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얼음공주 되고 싶다. 시장 보고 들어가도 정리는커녕 시장이 반찬이고 싶다. 아이들이 있어 요리든 놀이든 어쨌든 움직이는 거다. 워킹맘들 입에서 나온 소리 잠시 가져왔다. 한때 나도 그랬다. 운동화 신고 문 밖을 나선다는 건 중력을 거슬러 이부자리 걷어 차고 일어나는 것과도 같다. 더군다나 날씨가 이리 쌀쌀 맞은데 운동 의지조차 당연히 얼어붙는다.


미용실이다. 하루 종일 서서 끼니도 대충 때우며 고객 머리 꾸미기에 여념이 없다. 집에 가면 손발 다리 할 것 없이 팅팅 부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내가 질문 했다.


평소 하시는 운동 있으세요?
(운동할 시간이 있긴 있나요?)


K미용실 50대 후반 원장 대답은 이랬다.

집에 들어가면 꼼짝 하기가 싫어요. 쉬는 날도 TV나 영화를 보면 봤지, 워낙 움직이는 걸 싫어해요. 남편, 자식 챙기고는 혼자 정리하며 지내요.


회사에서 2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그들에게 질문했을 때에도 대부분 주말에는 '집콕'과 '좀비'를 원했다. 때마침 잘 되었다. 꼭 필요한 동작, 우리 몸에 너무 좋은데 '운동' 같지 않아서, 시간 내기가 인색해서 간과되던 게 있었으니. 눕고만 싶을 때 눕자. 상황 따라 가는 게 운동 아니던가. 마음따라 흘러가야 화를 부르지 않는 법. 하여 이런 운동을 제안했다.




1. 천골 가지고 놀며 쉬세요.

요가의 '아파나 아사나' 동작이에요. '바람빼기'라고도 부르는데요. 허리 아픈 사람들에게 좋은 동작이에요. 누운 상태에서 무릎 접어 살포시 잡으세요. 내 어깨가 편안한 가동범위에서요. 천골이 저절로 들숨에 내려가고 날숨에 올라가요. 천골이 더 올라가도록 무릎을 잡아당겨도 되요. 천골은 미주신경이 지나가 두려움이나 공포, 불안 등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척추의 뿌리죠.   

척추 일자로 들숨에 허리가 뜨고 날숨에 허리가 바닥에 붙는다


2. 골반 가지고 놀며 쉬세요

필라테스 기본원리 중 하나인 '골반 위치잡기'에요. 골반은 허리(요추)와 직결되어 평소 서 있을 때 자세이기도 한데요. 모든 동작의 질을 결정하죠. 무릎 세워 누운 자세에서 들숨에 골반을 앞으로 내밀고(전방경사) 날숨에 골반을 뒤로 기울여요(후방경사). 고관절과 복근도 활발히 움직인답니다.

들숨 -> 날숨. 팔은 바닥에 내리세요. 안 보일까봐 올렸으니


손으로 삼각형 만들어 골반 위에 놓고 골반을 앞뒤로 굴려 보세요. 그 중간이 골반(허리) 중립상태인데요. 삼각형이 바닥과 평행이라 물컵이 쏟아지지 않겠죠?



3. 내장 가지고 놀며 쉬세요

몸에서 관절의 위치를 인지하는 감각을 '고유수용감각'이라 한다면 내장의 움직임은 '내부수용감각'이라고 해요. 몸 중심부에 옹기종기 모인 장기를 느끼는건 대뇌피질, 뇌신경으로서 환상적인 일인데요. 위 1번 동작에서 고개 들어 목과 윗등(경추, 흉추상부)을 구부리고요. 팔꿈치와 무릎 안 닿아도 되요. 장기 수축에 집중해요. 2번 동작에서는 한쪽씩 번갈아 반대무릎 향해 상체를 구부려요. 할 수 있는 만큼만 아주 천천히 3번 정도 하고 가만히 안정을 취해 주세요. 제자리 찾아 움직이는 내장을 느껴 보세요. 아침마다 설사 하던 수험생 아이가 좋아하던 동작이에요.




시대가 변할수록 교감신경계가 흥분된 채로 빨리빨리를 쫓고 있다. 기자나 보도 건수가 급증해 요즘 청소년 사건 사고가 많은 건 분명 아닐 테다. 평온함에 머무르는 부교감신경계가 나올 새가 없다. 잠잘 때나 맛 본다. 천골, 골반, 내장만 잘 다스려도 잠이 잘 온다. 만사 귀찮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땐 누워서 천골, 골반, 내장과 뒹굴뒹굴 하는 건 어떨까. 자주 접촉 하면 몸도 좋아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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