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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an 02. 2024

새해부터 베푼 선행, 선한 영향力

하나.


난 시력이 좋은 편이다. 아직까진. 사거리 횡단 보도. 윷판 마냥 X자로도 길이 나 있다. 멀리서 보니 보도블럭 위에 검은 물체 하나가 보인다.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었다. 사람들 저마다 가로, 세로, 대각선, 길을 건넌다. 


갈기 휘날리며 검은 물체 앞에 섰다. 장갑이다. X축, Y축, Z축으로 건너는 사람들. 아 정신없다. 누구 손을 벗긴 건가. 대각선으로 길 건너는 연인. 내 레이더에 걸렸다. 손바닥에 침 뱉어 다른 손으로 딱! 튀긴 곳이 Z축인 양 힘껏 달렸다. 왼 손으로 남자친구에게 팔짱 낀 여성에게 다가가


"혹시, 장갑 하나 떨어뜨리셨나요?"

"어머, 그렇네요. 우와, 너무 고마워요!"

© onderortel, 출처 Unsplash


난 장갑을 끼지 않는다. 안경을 껴 본 사람이 "안(眼)목"도 있다. 장갑도 껴 본 놈이 볼 줄도 안다. 왠지 모르게 품격이 철철 넘치는 장갑. 가죽과 모직이 한데 어우러진, 무대 위에 오를 것만 같은 장갑. 오른 손만 꼈다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잃어버린 그녀의 왼손. 왼손이 하는 일을 내 오른손이 했으니 그렇게나 기쁠 수가 없다. 오른손도 알게 하는 이리 입 싼 왼손. 다른 이들에게도 기쁨이 전해지길.   



둘.

건물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한 남성이 양파자루 가득 실은 구르마를 밀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하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엘리베이터는 이미 절반이 찬 상태. 안에 있는 사람들 몸에 부딪칠까 싶어 구르마를 요리조리 운전하다가 양파 자루 하나가 떨어졌다. 데구르르 굴러 엘리베이터 밖으로 튕겨 나갔다. 토끼 귀 번쩍 잡아 올리듯 양파 자루를 번쩍 들어 올렸다. 엘리베이터가 만원이지만 양파자루 힘으로 비집고 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얼추 곁눈질로 보니 주먹보다 큰 양파가 한 자루에 20개 정도다. 나의 악력과 어깨, 등근육의 하모니. 나 참 잘 살았다. 착하게 잘 살은 것보다 힘을 잘 비축한 것.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라 비집고 타면 눈총인데 한 손에 양파자루가 들렸으니 시간도 절약한 셈. 힘의 논리인가. 시간 조절자란.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2024년에도 힘 저금 많이 해야겠다. 

© mkmy, 출처 Unsplash



선한 영향力을 위하여.

새해에만 베푼 게 아닌, 새해부터 베푼...


♥ 힘차게 힘 나는 2024년 채워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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