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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Dec 21. 2023

상 복 터졌네

인상 관상 항상 일상

수원으로 출근한지 1년 반 되었다. 원주생활 대략 5년. 전철이 낯설기도 했다. 원주행 셔틀버스가 날 모셔다 주거나 사택에서 걸어 출근 했으니. 인파를 헤치는 전철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주머니를 뒤적여 교통비를 지불한다는 점에서도 큰 차이다.


헌데 나날이 좋아지고 갈수록 적중 하는 능력이 생겼다. 그 많은 자리와 그 많은 사람 중 누가 단거리고 누가 장거리인지 '척 보면 앱니다~'를 발휘했다. 전철 안에서 매번 같은 곳에 서는 것도 아니다. 앉은 사람들도 매번 다르다. 일단 앉은 사람 인상을 쭈욱 스캔 한다. 


얼굴 표정 근육에서 바로 내릴 사람과 먼 데까지 가는 사람이 갈린다(그간 빅데이터 결과). 미간, 코와 입 주변, 턱관절... 근육의 경직 정도와 꿈튼대는 결. 영상장비로 몸 속 들여다보듯이... 오늘도 적중했다. 처음 서 본 구역인데 내가 탄지 한 정거장 만에 아저씨가 내렸다. 나보다 먼저 서 있던 사람들에게는 나의 이 예지력이  미안하다. 태어난 건 순서가 있지만 죽음은 순서가 없지 않던가. 입석은 먼저 자리 잡은 놈이 임자. 




출근할 때 앉아 올 수 있어 좋다고 위원장님께 말씀 드리니 위원장님이 내게 그러셨다.

"서 있는 것도 운동으로 삼을 양반이 굳이 기어코 그리 자리를 앉아야 하느냐"고.

서 있으면 골반, 허리 중립을 위해 허벅지 내전근까지 쓰여 좋긴 하다. 하지만 백팩이 무거워 어깨가 입석 무게를 떠안는다. 어깨는 '책임'을 의미하는 기관이다. 인생은 내려놓기 한 판 승부. 


오늘도 앉아 왔다. 한파랍시고 온돌방에 앉은 것마냥 엉덩이까지 뜨끈하다. 온 몸 지지도록 뜨겁게 달궈 주신 수인분당선 기관장님 감사합니다. 그 기운 이어받아 하루도 불태울께요!


평소 내 인상관리 습관으로 관상이 항상 적중하는 일상이 된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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