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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an 17. 2024

고유수용감각

아침부터 신경 건드리는 엄마 때문에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지 볼께요"

"발가락! 발목!"


노인복지관 근력증진프로그램 현장이다. 오늘 아침 엄마의 재연 현장이기도. 선생님 소리를 인지해 잽싸게 그 곳을 움직이는 거라 했다. 우리 몸의 감각 중 '고유수용감각'이란 게 있다. 네이버 개념을 빌리자면 '자신의 신체 위치, 자세, 평형 및 움직임(운동의 정도, 운동의 방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는 감각'이다.


시각, 청각처럼 외부 자극과 관계없이 나의 근육과 관절이 어디서 어떻게 얼마 만큼 움직이고 위치 하는지의 내적 반응이다. 보지 않고도 믿는 감각이랄까. 나이들수록 감각이 떨어져서 그렇지, 얼마나 이 감각을 느끼고 사느냐는 애고 어른이고 다 중요하다.   



이런 저런 운동을 배우며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이 들면 다 그렇다는 말로 애써 위로 받으며. 관절을 2개 이상 쓸 땐 버벅댔고 반대쪽 할 땐 가관이었다. 노출을 자주 할수록 친해지는 법. 사람도, 일도, 몸도. 남들 한 두번이면 되는 동작을 남 몰래 연습해 수개월, 수년에 걸쳐 성사됐다. 매도 자주 맞으니 이젠 운동신경이 있다는 소릴 듣는다.


알아차림과도 같은 고유수용감각. 한번 맛들리면 고향처럼 다시 찾게 된다. '중독 전쟁'인 요즘 시대에 필요한 듯하다. 인간은 관중 없는 메아리일 때 외로움을 느낀다. 나의 액션에 반응이 있을 때 힘이 나게 마련이다. 몸이 내게 피드백 할 때 평온함과 혼자가 아님을 느꼈다. 몸이 나를 인정하면 인정을 구걸 할 필요도 없이.


© alexhaney, 출처 Unsplash


불편한 마음일 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다'고 한다. 고유수용감각 때문에 뭔가를 입으로, 코로 들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너무도 당연하게 움직이고 멈추는 일이 당연한 일상이 아닐 수도 있겠다. 보이지 않는 몸의 감각을 알아차린다는 게 이토록 감사한 일이었구나.


단지 운동을 해서 인지력, 집중력, 주의력이 올라간 줄 알았다. 어쩌면 고유수용감각이 '더듬이' 역할을 했을 수도. '나'라는 인간의 고유 값일 수도 있겠다. 세상일을 수용하는 감각도 덩달아 꿈틀댔으면 좋겠다. 엄마의 근력증진 경험이 내 촉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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