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Feb 24. 2024

간절히 원하던 대학에 입학 하기까지

나 자신을 알라

블로그 이웃 분이 수능 전 아이 꿈을 그려 보내주신 선물


아이 입학식이었다. 무슨 놈의 대학교 입학식까지 따라가느냐는 일부 여론도 있었으나 이 날만을 기다렸다. 양가 부모님(시누이)께 식사도 대접할 겸, 아이를 임신해 누비던 동네이기도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 5학년 겨울방학  학교든, 청소년수련관이든, 잡월드이든, 어느 곳에서나 진단검사를 받으면 유난히 높게 나온 영역이 있었다. 공간지능, 신체지능, 음악지능. 생후 4개월부터 12세 이상 레고를 가지고 놀았다. 돈 아낄 겸 한 번 사려는 목적이었지만 나타난 반응은 달랐다. "어떻게 조그마한 아기 손으로 이렇게나 작은 레고를 만지작댈 수 있느냐"다.


시부모님과 지하실 방에서 함께 살 때 어머니는 빨래집게를 한 데 모아 아이에게 건넸다. 그때 그때마다 다른 작품으로 빨래집게가 변신 했다. 집에 있는 물건 모두가 장난감이었다.


어려서 주로 하던 게임은 마인크래프트였다. 옆에서 흘끔흘끔 보며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게임을 그만두게 하기보단 결과물을 사진 찍으려고. 내 폰에 조형물을 담은 기분이었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 나로선 모두가 작품이었다. 몸집만 나보다 작았지 나머진 모두 커보였다. 칭찬하고 배우면 될 뿐.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미술을 시켰다. 주말마다 교실 창문을 훔쳐보며 기다렸다. 선생님이 하루는 잠깐 보자며 미술로 키워주는 게 어떻겠느냐 했다. 집에서 알까기로 놀아주니 아이는 바둑에도 관심을 보였다. 아이 기다리는 시간은 2시간으로 늘었다. 바둑반 방과후 수업 추가요~ 덕분에 바둑대회까지 구경했다.


추운 겨울에도 '아인스월드'라는 부천의 세계 유명 건축모형 전시관을 관람했다(지금은 사라졌지만). 입김 호호 불며 컴컴해질 때까지 둘러 보았다. 초등 6학년이 되고는 역사 현장체험 학습을 함께 했다. 부천의 친구 엄마가 역사 선생님이라는 소식에 간식을 빌미로 나도 끼어 이 땅 저 땅 밟으며 함께 공부했다.  


작년 8월,

"엄마, 나 건축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유현준 교수님한테 배우고 싶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것에, 아니 잘 할 수 있는 일과 재회한 것에 뛸 듯이 기뻤다. 도와주지 못할 바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122일간 새벽 기도와 피정을 했다. 고3 정보는 아는 게 없어 독서실에서 돌아오면 때밀이처럼 침대에 눕혀 놓고 앞판 옆판 뒷판 몸을 돌려가며 근육을 풀어 주었다. 아이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동선 따라 볼 수 있도록 꿈도 붙였다.  


침대 머리맡 창가, 책상 스탠드, 화장실 거울, 식탁 자리, 방 문에. 블로그 이웃에게 선물 받은 꿈 그림은 방문을 열면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곳에.



회사 PC 비밀번호도 바꿨다. 대학과 학과 이름으로. 유현준 교수 유튜브를 구독하고 책을 샀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수리논술을 6개 학교에서 봤다. 그 중 사진을 찍은 곳도 글을 남긴 것도 9월에 치뤘던, 간절히 원하던 단 한. 쇼핑할 때 처음에 꽂히면 아무리 돌아다녀도 눈에 안 들어 오듯이.


건축학부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말빨.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력이다.


둘째는 아트.

인문학, 인성, 예술을 겸비한 미적 감각이다.


셋째는 체력.

설계를 위한 밤샘 작업에도 끄떡없는 신체다.


중딩 때는 클라이밍을, 고딩부터 현재까지는 헬스와 필라테스로 몸을 다지는 중이다. 아이 혼자 공부한다면 그 길이 외로웠을 테고 그 고통을 모를 법도  나 역시 수능 전후로 세 가지를 수료했다.


1. 한국스포츠의학협회 인증 픽스니스 이너마스터, 2. 소매틱요가, 3. 프로CEO 경영자 및 콘텐츠 코칭 스쿨


대학생으로 돌아가 입학식에 참여 했다. 아이를 뱃속에 넣고 싸돌아다닌 곳을 20년 만에 만났다. 아이와 나를 있게 한 시댁과 친정과도 회포 풀었다. 어제 하루 마치고 돌아오니 추억들도 줄줄이 따라 들어온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도 경험 점들이 필요하다. 실패라면 더 많은 점들로 한 마을을 이룬다.  


다음 주는 교수님과 행정실, 선배, 동기와 함께 2박3일 수련회를 간다. 산업화 유산인 문화비축기지를 답사해 도시재생 등을 관람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학과별 설명회와 조별 활동, 소모임 공연을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느새 스무살. 지난 20년.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첫 발 뗐다. 그에 발 맞춰 나 역시 잰걸음 취해 본다.


엄마는 네 꿈을 언제나 응원한다.

아들도 내 꿈을 간간히 응원할텨?


거위의 꿈, 부모 자식 간의 꿈



* 아이가 꿈을 찾고부터 기록한 글들



https://www.instagram.com/reel/C02yTV5xOuD/?igsh=ZDN6bXZtOXZpdnB2


* 휴대폰에 사진이 모두 날라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캡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리가 사람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