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Feb 07. 2024

자리가 사람 만든다

자리가 자세 만든다

아들과 방을 같이 쓴다. 아들 방 한쪽 귀퉁이에 화장대(책상)가 있다. 화장대를 아들 초5 때 들였으니 12년산이다. 여태 쫓겨나지 않고 빌붙어 산 게 다행이고 감사하다. 나나 화장대나. 나보다 작게 시작해 나보다 커진 아이. 화장대가 곧 책상이니 진정 엄마의 등을 보고 자란 셈.​


아이가 자란 만큼 가구도 늙었다. 화장대(책상)는 그래도 관절염 하나 없이 튼튼하다. 의자가 문제다. 내 몸처럼 좌우 불균형이 나타났다. 의자에게 의족을 신겨도, 발밑 깔창을 붙여도 좌우로 뒤뚱댔다. 틀어진 골반이 더 비틀려서 의자를 바꿨다. '짐볼'로.

​​


아침 저녁으로 화장할 때 그네 타는 기분이다. 스윙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 화장하면서 골반을 앞뒤로(전방경사/후방경사), 양옆으로 기울인다. 워낙 골반기저근 호흡을 잘 못 느끼는 사람들을 짐볼에 앉히기도 한다. 배불리 먹고 책상(화장대)에 앉았을 땐 유산소운동까지 한다(위아래로 팔과 함께 점프). 이리 멋진 화장대가 있나.


'집도 좁아 죽겠는데 자리 차지하게 뭘 그런 걸 다 샀느냐' 는 잔소리가 귀에 맴돌 줄 알았다. 퇴근하고 들어가 엄마 입에서 나온 소리는

"무거운 나 때문에 이거(짐볼) 더 꺼진 거 아녀? 바람 빠질까 무섭네" 였다. 거실 쇼파도 되었다는 소리.


이 1만3천원짜리 가구를 들인 후로 집도, 표정도, 몸도 봄을 맞은 듯하다. 역시 자리가 사람 만든다. 자리가 자세 만든다. 몸과 맘이 편안한 이 자리가 명예의 전당 아니겠는가. 오늘도 왕비마마처럼 화장(짐볼운동)하고 하루 출발!


매거진의 이전글 발 뒤꿈치 때 만도 못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