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여행 할 때 숙박지 고르는 기준은 헬스장 여부였다. 회사에서 호주 연수 갔을 때 첫날밤을 지내자마자 새벽 아이 컨택은 헬스장이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회사가 원주로 처음 이전 했을 때 부천에서 매일 출퇴근 할 수 있었던 건 헬스장이 있어서였다. 점심에 근육을 단련하고 일도 하고 버스도 탔으니.
미션과 비전, 복지 혜택보다도 자긍심과 애사심이 싹 튼 건 다름 아닌 헬스장. 원주의 새 건물 새 기구를 등지고 경기남부본부로 올 때 서운했던 건 헬스장이었다. 헌데 여기도 체력단련실이란 게 있었다. 크기는 본원의 1/10도 안 되지만 유무가 내겐 중요하다. 헬스장을 본 순간 움츠렸던 소속감도 꽃을 피운다.
모처럼 점심 약속 없고 저녁 약속만 있는 날. 밥을 여유있게, 배 터지게, 먹고도 남는다. 운동할 시간이. 음식이 들어가서 뿌듯하고 내 몸을 움직이니 황홀하다. 내게 있어 조직문화의 가장 핵심은 몸을 자유로이 놀릴 수 있는 곳이냐 여부.
왠지 운동할 장소가 없는 곳은 이 빠진 느낌이랄까. 회사마다 업무 특성별, 세대별, 성비 등 나름 풍기는 조직문화가 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근골격계 보호 시스템을 갖추었느냐도 조직문화, 업무 생산성을 좌우한다.
나의 약점은 왼쪽 파트다. 왼 발목, 왼 고관절, 왼 허리, 왼 장요근, 왼 골반과 왼 복사근... 장시간 앉아 있으려면 부족한 부분을 틈틈이 채워야 한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조직.
운동 하고 나니 도파민, 엔돌핀 죄다 출연 한다. 몸을 자유로이 쓰게 하는 조직이 진정 신(身)이 내린 직장 아닐까. 몸의 자유는 창조력과 이어질 테니. 몸이 유연해지면 꼰대 같은 사고도 썩 물러갈 테니. 그러하기를 자신에게 신신(身身)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