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수록 몸과 삶이 달라지는 세 근(筋)
명절 연휴 막바지에 다다랐다. 가족들과, 어른들과 함께 하는 밥상에선 뭐니뭐니 해도 잘 먹는 게 예의다. 물론 맛있어서도 그렇지만. 여느 때보다도 먹는데 꽤나 실력발휘 했다. 운동 할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더 많았던 명절을 겪어보니 작년 말에 받은 질문이 생각났다. 워낙 운동을 못 할 때, 많이 먹었을 때, 자세가 흐트러졌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숨 쉬듯이 자극하는 곳이라 그런지.
이지님이 우리 몸에 가로로 된 근육을 잘만 쓰면 늙어서까지 에너지가 샘 솟는다 했는데 그게 뭐에요?
근육은 통상 세로 모양이다. 얼추 길쭉길쭉한 걸 연상한다. 횡근육이라고 우리 몸에 가로로 된, 중요한 곳이 있다. 근육이나 물건이나 희소성의 가치가 높다. 횡근육은 바로 골반기저근, 횡격막, 성대 주변 목구멍 근육을 일컫는다. 호흡 관련 근육으로 에너지 통로이자 새지 못하게 묶는 곳이기도 하다.
난 목구멍근육 대신 입꼬리근을 넣어 평소 수시로 올린다. 덜 늙고 덜 찌고 덜 우울하게 만드는 세 가지 근육, 많이 먹은 만큼 몸에서 꺼내 본다.
횡격막은 이름 자체도 가로임을 자처하죠. 근육인데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장기로 취급 받아요. 드러난 근육 만큼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데 말이죠. 근골격계 움직임은 물론 장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요.
횡격막은 숨을 내쉴 때 우산처럼 위로 불쑥 올라가는데요. 숨을 다 뿜어 최대한 위로 딸려 올라갈수록 척추 마디마디가 부드럽게 움직여요. 횡격막을 끌어올리면 가슴 내밀며 흉곽도 들리지 않고 목, 등(경추흉추)이 여러 방향으로 잘 움직인답니다.
통상 40대 이후 남성들 중 흉곽이 딱딱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슴, 등이 부드러워지는 데는 횡격막도 한 몫 한답니다.
필라테스 호흡, 아니 모든 동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근육이에요. 항문, 요도 등 생식기 주변 근육, 가로로 된 여러 겹 근육인데요. 횡격막 아래로 중요 장기가 다 모여 있듯 골반기저근 위로도 장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떠받들고 있는 셈이죠.
골반기저근은 근육을 수축한다는 의미보다는 들어올린다는 표현을 쓰죠. 소변 참을 때 느낌처럼 아랫배를 "움푹, 쪼여, 들어올려" 등의 말을 들어보셨을 거에요.
골반기저근에 불이 들어오면 복사근(옆구리)이 자극되고 뒤로 밀려 있던 허리, 골반도 중립으로 서게 되죠. 몸통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주범이라 밸런스나 큰 힘을 쓰는 동작에서 key 머슬이 된답니다.
입꼬리근은 여러 번 강조했죠. 생리적으로나 뇌과학적으로나 목소리 등 올려야만 하는 사실을요. 억지로 웃으면 뇌도 기분 좋은 줄 안다는 것 외에도 얼굴 피부는 나이들수록 중력에 휩쓸리니까요.
얼마 전 임금피크제를 1년 앞 둔 팀장님과 업무 통화를 하던 중 제게 그러더군요. "하루 하루 거울 볼 때마다 다르다. 입 주변 피부가 왜 그리 내려 앉느냐". 실로 당긴 것마냥 입꼬리를 올려야 함을 강조했어요.
지난번 저의 세안 기법도 말씀 드렸는데요. 꼬집고 누르고 문지른다고. 거기에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비비고 쓸며 닦기도 한답니다.
음식 쓰레기를 용납 못하는 성질머리도 있지만 명절 답게 메마른 위장에 기름칠 좀 했다(부침개 왕창). 그래서 더더욱 깊은 날숨으로 몸통 작게 횡격막을 이완했다. 아랫배 "훕~" 해서 골반기저근으로 복근도 자극했다. 필라테스 할 때 이런 원리를 적용하면 이런 배가 된다고 아들에게 보여주며 입꼬리근도 움찔했다.
아무도 모르게 얼마든지 자극시킬 수 있는 우리 몸의 가로 근육, 그 곳에 숨을 불어넣어 주는 건 어떨까. 가로 근육을 올리면 올릴수록 나의 브랜드도 덩달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