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기침으로 몇 주째 엄마는 잠을 설쳤다. 엄마 입으로 티 낸 건 아니지만 내가 안다는 건 귀밝이술을 마신 소머즈기에. 모처럼 아침 미사를 가신 엄마. 돌아오는 길목 커파숍에서 흑기사처럼 대기했다.
분명 '에어컨 바람에 심장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고, 내가 준비한 유자레몬티에 감동 받아 원샷'하는 시나리오였다. 커피숍 창가에 앉아 방아쇠 당길 준비를 했다. 지하보도에서 엄마의 머리->목->몸통-> 다리 순으로 모습을 드러내
"엄마!"
마치 야, 타~ 족처럼 잽싸게 커피숍으로 엄마를 낚아챘다. 여자에겐, 아니 노화엔 레몬이 필수라며 아이스 유자레몬차 벤티를 쓰윽 내밀었다(비싸지 않느냐는 말이 듣기 싫어 레몬 효능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2900원). 아이들을 낚아 챌 시간도 되었기에 빨대와의 입맞춤은 미루고 테이크아웃 해 갔다. 시간이 흐른 후,
"엄마, 유자레몬차 맛 어뗘(기침은 좀 괜찮나)?
".......응....괜찮아...."
알고 보니 유자와 레몬은 편식 좀 하는 질녀 뱃 속에 있었다. 조카는 할머니가 사다주신 줄 알고 먹었고 엄마는 입맛 까다로운 손주가 잘 먹는 모습에 얼씨구나 한 것이다. 조카가 남긴 거 먹었단다. 맛 좋던데? 라는 얘기에 '얼음물 마셔 놓고 뭘!'이 튀어 나왔다.
며칠전 아부지가 모란시장에서 만원으로 옥수수 열 한 개를 싸 오셨다. 옥수수 김이 모락할 때 내가 신나게 불고는 5개는 냉장고, 3개는 식탁 위에 있었다. 내가 하도 잘 먹어 아부지, 엄마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헌데 하루 지난후 옥수수 한 입 베어무니 쉬기 일보직전, 경계성 장애에 들어섰다.
이제까지 엄마는 옥수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이 사이에 끼는 게 싫어 그런가보다 했다. 곧 있음 맛탱이 간다는 말에 엄마는 냉큼 옥수수를 집어 들었다. 식탁에 나란히 앉아 술잔 기울이듯 옥수수로 건배 했다. 모란시장에서 두 손 무겁게 들고 온 아버지는 안 사왔음 어쩔 표정이다.
아무도 안 먹어야 먹고
모두가 손을 떼야 먹고
변하거나 날짜가 지나야 먹고...
'엄마' 몸에는 '양보'가 최고의 영양식이다.
쉬는 날엔 회사 경조사 문자가 울리고 암으로 돌아가시거나 요양, 간병하는 엄마 이야기를 이 곳 저 곳에서 본다. 나란히 앉아 옥수수로 브라보 하는 이 순간이 엄마와 나의 '하모니' '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