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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ug 25. 2024

행복한 사람

행복 행복 행복 입에 달고 사니 삶이 달다

어제 아침 독서모임에서 나눈 책은 나태주의 <행복한 사람>이었다. 눈 뜨자마자 새벽에 '행복' 책을 펴들고 아침 7시반부터 '행복' 책을 나누어서 그런지 '행복' 단어가 종일 내 몸 반경에 놓였다. '행복'을 입에 물고 다니니 종일 기분도 물든다. 나태주 시인은 43년간 초등교사를 하다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쓰는 걸 엄청 좋아하는 양반인데 꾹 참고 맡은 바 소임을 다 한 것마저 행복으로 비췄다. 그러니 문장도 종일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의 일이 끝나고

본업이라고 생각했던 시인의 일만 남은 셈입니다.

무엇보다도 남자는 그것이 기뻤습니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삶이 좋았습니다.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날들이 감사했습니다.

...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말 가운데

가장 좋은 말은 무엇일까?


남자는 오래 생각한 끝에

단군임금이 말씀하셨다는 '홍익인간'이란 말과

세종임금이 한글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붙이신

'훈민정음'이란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홍익인간.

널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게 하라.

아, 이 얼마나 거룩한 말씀인가!

시를 쓰더라도

널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게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그렇다,

시야말로 독자에게 주는 가장 바르고

좋은 말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 행복한 사람, 나태주, 40-41P -



"남자는 그로부터 자기의 좌우명을 다시금 바꾸었습니다.

"밥 안 얻어먹기와 욕 안 얻어먹기"

밥도 욕도 모두 남으로부터 얻어먹는 것입니다.

밥은 나의 이로움을 위해서 남으로부터 얻어먹는 것이고 

욕은 나의 잘못으로 인해서 남으로부터 얻어먹는 것입니다.

그 두 가지가 서로 동떨어진 것 같아도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나이 든 사람이 남들에게 밥을 자주 얻어먹으면

욕도 얻어먹는다는 것이지요.

밥은 앞으로 얻어먹고 욕은 뒤로 얻어먹는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행복한 사람, 나태주, 52P - 



진정, 남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었다. 남에게 욕 먹기보단 '애 먹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공부해서 남 주려고 8월 열공 중이다).


한 달에 한 두 번 토요일에 글쓰기 엄마들을 만난다. 얼마 전 주제는 '소확행, 나의 웃음버튼'이었다. 이 주제로 A4 용지로 세 번 갈아 엎었다. 행복에 엉켜서가 아니라 목록을 적다 보니 너무 많아서였다. 레깅스를 비롯해 나만의 아지트, 근자감(근육자극감각), 샐러드...등등 글을 쓰니 행복 아이템이 계속 출연했다. 내가 이토록 행복한 사람이었다니...


나태주 시인은 불행한 이유를 '너무 잘 하려고 애쓰는 것'이라 했다. 뭐그리 애 쓸 것도 없고 누군가를 위한 시도, 지금의 상상이 그저 행복할 뿐이다. 어제 아침 6시반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행복' 반감기가 참 길기도 길다. 그 느낌 달아날까봐 부리나케 브런치로 직행했다. 나도 이렇게 행복한데 이제 곧 필라테스를 함께 하는 스무살 아들은 어떨까.


"영인아, 넌 '행복' 하면 뭐가 생각 나?"

"음, 글쎄, 일부러 다가가려 하지 않는 거..."





* 행복, 행복, 행복....하면 소쩍 소쩍 소쩍 소쩍새 울듯이 행복도 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IMIO8DSi8&t=325s


https://www.youtube.com/watch?v=mRtPQu2gX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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