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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행복 행복 행복 입에 달고 사니 삶이 달다

by 푸시퀸 이지

어제 아침 독서모임에서 나눈 책은 나태주의 <행복한 사람>이었다. 눈 뜨자마자 새벽에 '행복' 책을 펴들고 아침 7시반부터 '행복' 책을 나누어서 그런지 '행복' 단어가 종일 내 몸 반경에 놓였다. '행복'을 입에 물고 다니니 종일 기분도 물든다. 나태주 시인은 43년간 초등교사를 하다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쓰는 걸 엄청 좋아하는 양반인데 꾹 참고 맡은 바 소임을 다 한 것마저 행복으로 비췄다. 그러니 문장도 종일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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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의 일이 끝나고

본업이라고 생각했던 시인의 일만 남은 셈입니다.

무엇보다도 남자는 그것이 기뻤습니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삶이 좋았습니다.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날들이 감사했습니다.

...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말 가운데

가장 좋은 말은 무엇일까?


남자는 오래 생각한 끝에

단군임금이 말씀하셨다는 '홍익인간'이란 말과

세종임금이 한글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붙이신

'훈민정음'이란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홍익인간.

널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게 하라.

아, 이 얼마나 거룩한 말씀인가!

시를 쓰더라도

널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게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그렇다,

시야말로 독자에게 주는 가장 바르고

좋은 말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 행복한 사람, 나태주, 40-41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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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그로부터 자기의 좌우명을 다시금 바꾸었습니다.

"밥 안 얻어먹기와 욕 안 얻어먹기"

밥도 욕도 모두 남으로부터 얻어먹는 것입니다.

밥은 나의 이로움을 위해서 남으로부터 얻어먹는 것이고

욕은 나의 잘못으로 인해서 남으로부터 얻어먹는 것입니다.

그 두 가지가 서로 동떨어진 것 같아도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나이 든 사람이 남들에게 밥을 자주 얻어먹으면

욕도 얻어먹는다는 것이지요.

밥은 앞으로 얻어먹고 욕은 뒤로 얻어먹는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 행복한 사람, 나태주, 52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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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남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었다. 남에게 욕 먹기보단 '애 먹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공부해서 남 주려고 8월 열공 중이다).


한 달에 한 두 번 토요일에 글쓰기 엄마들을 만난다. 얼마 전 주제는 '소확행, 나의 웃음버튼'이었다. 이 주제로 A4 용지로 세 번 갈아 엎었다. 행복에 엉켜서가 아니라 목록을 적다 보니 너무 많아서였다. 레깅스를 비롯해 나만의 아지트, 근자감(근육자극감각), 샐러드...등등 글을 쓰니 행복 아이템이 계속 출연했다. 내가 이토록 행복한 사람이었다니...


나태주 시인은 불행한 이유를 '너무 잘 하려고 애쓰는 것'이라 했다. 뭐그리 애 쓸 것도 없고 누군가를 위한 시도, 지금의 상상이 그저 행복할 뿐이다. 어제 아침 6시반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행복' 반감기가 참 길기도 길다. 그 느낌 달아날까봐 부리나케 브런치로 직행했다. 나도 이렇게 행복한데 이제 곧 필라테스를 함께 하는 스무살 아들은 어떨까.


"영인아, 넌 '행복' 하면 뭐가 생각 나?"

"음, 글쎄, 일부러 다가가려 하지 않는 거..."





* 행복, 행복, 행복....하면 소쩍 소쩍 소쩍 소쩍새 울듯이 행복도 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IMIO8DSi8&t=325s


https://www.youtube.com/watch?v=mRtPQu2gX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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