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일잘)러 엄마, 생각 받을 용기
알프레드 아들러를 만난 건 아들을 다 키우고 난 후다.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하나 없듯이 자식과 직원에게 대하는 원리는 어느 누군들 똑같다. 회사생활이 어렵게 느껴질 때는 '내가 이상한가?' '난 회사(공공기관)에 맞지 않는 인간인가?'란 생각이 되새김질 할 때다. 복직 후 또 한차례 왔다. 그러던 중 아들러를 만났다.
자식과 직원에게 비난하지 말라는 둥, 수직 아닌 대등한 관계라는 둥, 가장 쉽고 자기 좋자고 하는 일이 간섭이지 창의를 펼치도록 곁에서 관찰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는 둥... 아들러는 하나같이 하이파이브 칠 말들만 쏙쏙 골라 했다.
미움받을 용기는커녕 이제껏 내가 해 오던대로, 생긴대로, 나답게 그대로 아들과 직원에게 임하기로 했다. 그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고 그들로부터 배웠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건축 설계 발표 때문에 밤샘 후 아침 첫차를 탔던 영인이. 오랜만에 만난 우리. 대화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열쇠고리처럼 달고 싶은 마음에 기록하기로 했다. 직원도 내일부터 9명을 더 만난다. 가장 아름다운 꽃이 대화꽃 아닐까.
('나'라는 한 글자가 외로워 '엄마'로 표현)
엄마: 살면서 어떨 때 행복하거나 기뻤어?
영인: 특별히 기억이 잘 안나. 왜냐하면 매순간 좋고 행복했을 때 그 순간 '지금'을 만끽하고 몰입 했으니까.
엄마: 반대로 어떨 때 슬프거나 화났어?
영인: 80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60 밖에 해내지 못했을 때. 내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을 때.
엄마: 살면서 감사하거나 고마운 사람은 누구야?
영인: 딱히 없어. 내 주변 사람들이 다 호의적이거든.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이 내게 무언가를 해 주어 그런 것 같아서 뭘 해주지 않아도 그냥 존재 만으로 고마운 거지.
엄마: 너의 핵심가치는 뭐야?삶에 중요한 건?
영인: 효율과 인간성. 메카니컬적 요소에 있어서는 효율'을 따져 선택 해야겠지만 기분이나 감정, 창의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효율과는 예외지. 난 '감정'이란 공간 속에 '이성'이 있다고 생각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이유도 그거고. 사람을 볼 때 인간성은 정말 중요해. 태도, 예의...뭐 이런 걸 다 포함하지.
엄마: 너의 미래 모습을 동물로 비유한다면? 엄마는 오래 전부터 미래를 생각하면 독수리가 생각나더라.
영인: 지금 무슨 동물이라 당장 말하긴 뭣하지만 혼자 지내는 동물을 택할 거야. 혼자 잘 지내야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내니까.
엄마: 너의 미래는 어떤 색깔이야?
영인: 보라색. 튀는 색인데 적당히 분리 된, 은근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빨강, 파랑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으니까.
엄마: 말 하고 나니 어떤 느낌이 들어?
영인: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라서 좋았어
엄마: 친구들과 <썬더볼츠> 영화를 봤는데 시사점이나 메시지 하나면 전달해 준다면?
영인: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 '협력'
엄마: 바쁜 와중에 시간 내어 주어서, 너의 생각을 꺼내 주어서 고마워.
당연히 떠오르는 태양처럼 오늘아침 5시에 눈이 뜨였다. 모든 존재가 감사로 다가왔다. 찬란함을 담은 두 눈이 그렁그렁 할 정도로. 아이와 함께 한 모든 순간, 21년이 스쳐 지났다. 내 마음이라 그런지 종일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를 움직이고 버티게 한 '아들러'와 '아들'
집에서는 '아들(일잘)러'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