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이제 우리 천천히 가자

급행 말고 완행으로 살자

by 푸시퀸 이지


지난 주말, 정이는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밤을 꼴딱 샜다. 복통이 극심해 배를 잡고 데구르르 굴렀다. 난소 기형종이었다. 한쪽 난소에 11cm 이물질을 키웠던 것. 가장 빠른 수술 날짜가 7월 중순이라 일단 퇴원 했다. 1,700만원이라는 로봇수술을 앞두고 있던 터에,


오늘은 아버지와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이다. 아버지는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한쪽 눈 반쪽이 먹구름처럼 보이질 않았다. 동네 안과를 두 시간 기다려 진료 본 끝에 '망막동맥폐쇄' 진단 하에 응급실로 향했다.


종합병원급 응급실엔 안과 의사가 없었다. 안과치료는 고사하고 눈으로 가는 뇌혈관은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을 해야 발이 떨어질 것 같았다. X레이, 심전도, 혈액검사, 소변검사에 이어 뇌MRI를 찍기로 했다.

"아부지, 건강검진 받으러 온 셈 치자"



병원에서 근무할 땐 조르는 보호자가 밉상이었는데 울 아버지 MRI 언제 찍느냐며 세 번을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 '응급' 표시를 해 주어 5시간 안에 찍는 건 기적이란다.

어떤 환자들이 응급실로 오는지 궁금해 스테이션 앞을 알짱알짱 대니 두 시간 만에 뇌 MRI 검사가 이루어졌다.


검사 결과를 해독할 응급의학과 의사 호명을 기다리는 중이다. 주말에만 스쳐 지나는 부녀지간, 멘탈코칭 한답시고 지난 주말은 스치지도 못했다. 마치 내가 비는 시간에 맞춰 아픈 것처럼. 나와 이토록 함께 하고픈 아부지 마음인 걸까.

'아부지, 월요일은 내가 꼬옥 회사 가서 처리할 게 있어 안과 같이 못 가. 조금만 참아'



그러고 보니 스물 한 살이 되도록 영인이가 아파 회사 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 엄마도 일요일에 이 곳 응급실에서 나와 찐하게 데이트 후 수술 받았다. 회사 생활에 지장 있을까봐 전전긍긍 하던 가족 마음인 걸까.

이러든 저러든 우리 이제 응급으로 살지 말자.

이젠 천천히 가고 싶다.

경황이 없어 지금 의상은 레깅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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