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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이후 더 꾸덕해진 책

분당나비독서모임

by 푸시퀸 이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연 '분당나비독서모임'. 뭐가 달라도 달랐다. 순례길이 나를 알게 한 건 있어도 나를 바꾸는 데엔 실패가 아닌가, 하던 터에 컴백 기념 지난 11월은 다르긴 달랐다. 독서모임은 한 달에 두 번 연다. 한 번은 자유도서, 한 번은 지정도서로. 두번째 토요일에 나눈 자유도서는 물론, 네번째 토요일에 나눈 지정도서까지 쫀득쫀득 하게 내용이 와 닿았다. 순례길을 겪지 않았다면 이토록 실감나게 느껴졌을까. 책 속이나 사람들 말 속이나. 하여, 여기까지 끌고 왔다. 산티아고 자연 풍경처럼 책 내용도 푸르딩딩 오래 남기에.





127회차 11월 2주차 토요일, 자유도서





슈테판 퀼쉬의 <뇌가 "NO" 라고 속삭일 때>


저자 슈테판 쾰쉬는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교수라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잠재의식이 어떻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긍정적인 삶을 만드는 방법을 뭔지를 제시한 책.


<내면소통>과 <생각에 관한 생각> 책과도 결이 같았다. 정신심리학자 저자. 잠재의식은 안와전두엽에서 나오는 일부분으로 감정 뿐 아니라 생각을 만들어낸다. 이성적 뇌와 사고 하는 뇌는 따로다. 손실회피, 위험회피가 나오는 곳이다. 손실회피는 본능으로 확증편향도 나와 고정관념 갖는다. 잠재의식은 이러한 변화를 싫어해 인지부조화가 생긴다. 한 예로 확증편향 시(무의식) 관계 개선 방법(의식)은 공통점 찾기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저자 니콜라스 카는 미국 작가, 언론인, IT 비평가로서 인터넷 사용과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사고방식, 집중력, 심지어 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우리의 인지 능력과 인간다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라는 메시지인데 2000년 초반 책으로서, 그 시대를 반영한 것 같다. 좋은 이야기들을 끌어다 놓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유튜브 방송을 많이 시청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했지만, 제목에 후킹 되지 않게 책 선정에 안목도 키울 필요가 있겠다.




송길영의 <호명사회>


저자 송길영은 데이터마이너 1인기업자로서 데이터 기술이 이미 삶에 들어와 있어 과거처럼 거대한 집단 속 익명이 아닌 데이터로 인한 특정 존재로 불리도록 개인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어떻게 지킬지를 제시한 책.


표지 그림은 성냥이다. 각자 자기만의 역할을 시사 한다. 이름을 부르는 사회다. 예전에는 배경이 나의 정체성이었다. 요즘은 나의 지인, 좋아하는 음식, 내가 읽는 책으로 소개 한다. 브랜드화다. 길이 좁아지고 열정이 폭락 하는 사회지만 브랜드 위해 사람들에게 다정하자. 호오 중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라. 여러가지 직업과 흐름을 인정해라. 기술이 있으니 홀로서기가 유리한 세상이다. 다정함이란 거리감이다. 간격 조절이 중요하다.




얼 나이팅게일의 <사람은 생각하는대로 된다>


저자 얼 나이팅게일은 자기계발을 대표하는 동기 부여 전문가로서 개인의 생각이 인생의 모든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성공철학의 기본 원칙과 구체적 목표, 행동습관 제시. 단순하지만 깨닫고 삶에 적용하는 사람이 적어 '이상한 비밀'이라 명명.


사명형 인간이 있고 목표형 인간이 있다. 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깨달은 사람으로서 그 길로 간다. 대부분은 후자다. 목표를 이루면서 성장하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은 신념으로 꾸준히 한다. 성공에는 태도가 밑바탕이다. 하루를 지켜보라. 우리는 지구별에 잠시 왔는데 즐기면서 가야지 왜 불평을 하는가.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9개월 일하고 3개월 여행 한다. 3개월 중 하나만 되더라도 9개월치가 된다. 성공은 가치 있다 생각하는 이상을 매일 실현하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는 다양한 직업 모두 접고 산티아고 길을 나서 자전적 소설이자 영적 여정을 그린 이 작품으로 세계적 작가가 되었다. 산티아고 길을 걷지 않았다면 뜬구름이었을 책. 다녀와서 접해 깊은 울림과 교집합을 여럿 발견해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 책. 예를 들면,


"그토록 오랜 시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온 끝에, 이제는 길이 '나를 이끌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흔히들 직관이라고 부르는 것을 따르고 있었다. 그날 내내 체험한 소멸시키는 사랑의 힘으로, 검의 비밀을 발견했다는 확신의 힘으로, 그리고 인간은 위기의 순간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믿음의 힘으로, 나는 두려움 없이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318P)."




한비야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여행가이자 국제구호 활동가인 한비야의 5년 만의 신작으로 인생의 어느 시기든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삶의 지혜와 태도를 담은 책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이 세계지도였다. 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중심이라 생각하고 자랐다. “인생의 모든 계절은 아름답다" 월드비전 모금 활동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 여행가였던 자신을 부정할 필요가 없었다. 행복은 하루를 살면서 감사가 많은 것, 불평불만이 많으면 불행. 일상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느냐가 행복의 척도다.


아버지는 기자인데 일찍 돌아가셨다. 등록금을 못 낸 시절, 고난이 아니라 고행이었다. 지구는 세계 시민이다. 연골 어차피 아픈데 집에 있어서 아픈 것보다 산에 가서 아픈 게 낫다.






128회차 11월 4주차 토요일, 지정도서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 토론 내용 중 와 닿은 부분만 발췌




저자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러시아 소설가, 역사가, 극작가로서 1970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소비에트 연방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배경으로, 단 한 명의 평범한 수감자가 보내는 하루를 통해 전체주의 체제의 비인간적인 실상을 고발한 책.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 언급한 책. 훈련소 점호 때 빨리 나간 사람이 손해라는 부분. 이기적 성향으로 뭉친 인간이기에 생존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소포 받는 장면, 슈호프는 가족에게 소포를 부치지 말라고 했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소포 명단이 붙은 기둥 앞에는 얼씬도 안 했다는 장면.


뜨끈한 국물이 오장육부에 퍼지는 부분과 슈호프 작업이 눈에 훤했던 장면, 유시민은 슈호프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극찬 했다. 벽돌 삐뚫은 것도 바로 세운다고 애 먹는 장면. 1/n 사회주의에서 몰입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 원동력은 자기만족.


하루를 책 한 권으로 묘사한 것에 대한 찬사. 수용소 생활은 남편 군대 생활을 연상케 했다. 자유 뺏기는 게 가장 혹독한 현실.


가슴 아픈 부분은 와이프가 수용소 끝나고 오면 염색 일로 돈 벌자는 부분. 마누라가 혼자 애 키우며 희망의 메시지를 남편에게 전달하는 장면, 귀리죽 한 그릇 더 먹기 위한 부분.


군대처럼 억압, 자유롭지 않은 생활, 뭘 하기 위한 뇌물, 죽 하나면 다 시킬 수 있다는 부분. 소포를 받으면 누가 가져갈까봐 몰래 숨겨 놓는 장면. 한도 끝도 없는 수감 생활, 억압된 인권을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아침 5시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첫 문장,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처럼 일어나 보니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시작하는 부분.


아픈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 아침 10분, 점심 5분, 저녁 5분 원칙에 입각해 먹고 원래 얌전한 사람인데 생존 위해 아침 찾아 먹는데 완력을 사용하는 장면.


200g 빵이 수용소의 전부, 예전엔 못 먹던 게 많았다는 부분, 죽을 빵껍질로 샅샅이 먹는 부분, 설익은 검은 빵의 달콤함 등 먹는 것에 사납게 집착하는 부분


“조금씩 입안에 넣고 혀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며 양쪽 볼에서 침이 흘러나오게 한다. 그렇게 하면 이 설익은 검은 빵이나마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품위는 지키되 비굴한 행동으로 자존심은 지키는, 수용소 8년을 지켜낸, 나름의 행동지침이 있는 삶, 하루 하루를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건 '희망'이라는 부분






12월 지정도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산티아고를 가지 않았더라면 내 생애 책장 터치도 없었을 법한 책. 양자역학처럼 뭔가에, 서로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건 위대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당나비독서모임>의 줄기를 회상 한다.



연합나비독서모임 운영자 김형환 교수님 북토크
양재나비독서모임 운영자 강규형 3P자기경영연구소대표
<분당나비독서모임> 1회차,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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