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보폭
- 그를 따라 걷던 날 -
가을을 건너고 있는 나무를 따라 걷다 보면
내가 가두고 있던 모든 것을 내어놓고
나무의 말을 채우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나무라는 사실 뿐이라고
아름다움이란 변할 수 있는 마음이지
변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봄, 여름, 가을, 겨울나무가 묻는다
아직도 우리가 다르게 보이느냐고
나무의 보폭에 나를 맞추고 싶은 날
나무의 그리움까지 닮고 싶은 날
나무는 다시 말한다
겨울밤이 깊은 건 보냄이 아니라
맞이함에 대한 준비와 기대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