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2) 눈물이 하는 말
- 나경이 발표회-
눈물이 하는 말
- 나경이 발표회 -
잉크가 마르기 전에 이력서를 넣느라
막내 아이 영어발표회장에 늦었다
주차도 못한 채 차를 이고 들어갔다
마침 여섯 살 한글도 모르는
아이가 영어 숲을 잘도 헤쳐 나가고 있었다
아이를 보자 힘주고 있던 눈이 풀렸다
아이는 내 눈에서 허우적거렸다
아이를 건져 올린 건 내가 아니라 아이였다
무대 뒤로 들어가던 아이의 눈이
돋보기가 되어 무대 밖을 더듬었다
그러다 넘어졌다
내 눈도 같이 넘어졌다
어디서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오에 시작한 행사는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무대 위 시간보다 무대 뒤 시간이 더 길었지만
아이에겐 그 시간이 같았나 보다
마지막 꼭지 땐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친구에게 무대를 양보해주었단다
그런 나경이가 무대 인사를 마치고 내려와
나를 보더니 운다, 가슴에, 꼭, 파묻혀, 한참을
“나경아 왜 우니?”
“……”
“아빠 보고 싶어서!”
“……”
나는 몰랐다, 보고 싶음이 눈물이라는 걸
눈물이 곧 보고 싶음이라는 걸
그래서 아마 그 가을, 눈물이, 그렇게도, 많이, 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