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4) 고등어와 막걸리

욕지도 이야기

by 이주형

고등어와 막걸리

- 욕지도 이야기 -



태엽 풀린 그림자를 끌고

바다와 막걸리 한 잔 하려고

욕지도를 찾았다


먼저 권한 건 욕지 바다였다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세상은 다 그렇게 흔들리는 거라고

말을 받으려는 내게

그냥 술이나 한 잔 하라며

말은 입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귀가하는 거라고

통영 바다가 배들을 이끌고 잔 속으로 들어와

한 잔 권한다, 고등어가 흔들리며 살았던

자신의 몸을 내어주었다

나도 한 잔 권하려는데

욕지 바다는 됐다며 한 잔 더 하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살라고

눈 푸른 고등어 한 손과 함께

삼덕항에 힘껏 밀어 올려 주고

육지로 가려는 갈매기들을 달래어

뒷걸음질하듯 다시 욕지도로 향한다


그리고 하선하는 그림자에 다시

태엽 감기는 소리를

끝까지 지켜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