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스승의 날

선생님이 보고 싶다

by 이주형

죽은 스승의 날

폭풍 같은 시험이 휩쓸고 간 5월 학교!

덤불처럼 이리저리 나뒹구는 시험지들이 교실이 사막임을 증명해준다.


학생들의 수많은 밤을 앗아간 시험! 휴지통에 처박힌 시험지들은 학생들의 한(恨)이 서린 몸부림을 꼭 기억하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시험 시간이 끝나면 바로 사라지는 시험용 지식들에 우리는 왜 그토록 목숨을 거는 걸까? 불모의 땅 사막으로 변해가는 교실! 과연 우리는 사막 같은 교실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또 무엇을 배울까? 분명한 건 지금 학교에서 자라는 것은 믿음, 행복, 소통, 배려, 존중 등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위에 나열된 단어들이지만, 학교 현장에는 불(不) 자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교육계엔 불신(不信), 불행(不幸), 불통(不通), 불안(不安), 불만(不滿) 등만이 가득하다.

상처는 만질수록 덧난다고 했다. 학생들은 둘째 치더라도 교사와 학부모, 우리 사회가 아직 준비가 많이 덜 된 것 같다. 말로는 학생들의 능력과 소질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일류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시험 성적으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 게 우리 사회이다. 사회가 이렇다 보니 학부모와 교사도 시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집과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시험 공화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학교에 무슨 희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공교육은 심정지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학생은 물론 교사를 가슴 뛰게 하는 뭔가가 없다. 이것이 지금 교육의 가장 큰 문제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 인식부터 잘못되었다. 그러니 제시된 해결책들은 모두 오류투성이다. 해결책이 오히려 더 큰 혼돈을 야기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교육계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사막 같은 학교와는 달리 5월의 자연은 거리마다 아카시 향으로 가득하다. 달달한 아카시 향만으로도 사람들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 힘으로 감사의 달 5월의 의미를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는 그마저도 못한다. 정말 누구 하나 환영하지 않는 스승의 날 때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감사가 사라진 자리에 감시만 존재하는 학교. 그 학교 현장에서 사라진 말 중 하나가 사제(師弟)라는 말이다. 사제가 없어진 마당에 스승의 날이 과연 필요할까? 학교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스승의 날을 기념일에서 과감히 삭제하면 어떨까? 그러면 학교가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제자들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시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보고 싶은 5월이다.

작가의 이전글죽음의 다이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