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림자놀이

인형이 되어 가는 학생들

by 이주형

그림자놀이


가위를 든 아이가

몇 시간째 그림자 밖에서

시작점을 찾고 있다


책이 시키는 대로 속도에 대한

계산식을 세우려는 순간

해와 달은 거래를 끝냈다


가위를 춤추게 할 명령어에 대해

논술하라는 문제 앞에서

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 간 손이 그림자가 되었다

날을 잃은 가위는 그림자의

넓이를 가늠하지 못했다


해도 달도 사리진 어느 밤

가위가 소란하다

책의 비명소리가 날카롭다


가방을 든 아이들의 발 밑으로

해체된 글자들이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 입에서 푸릇한 가위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