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20) 갓꽃의 한숨
- 시험에 든 새 -
저녁 늦도록 이름도 모르는 새들이
교실 앞 벚꽃진 나무 위에서
떼로 시비다
창 안에 살면 다 그러냐고
창 안에 살면 다 책 안에 사느냐고
책이 길을 내느냐고
밖도 모르는 안이 무슨 소용이냐고
책에 갇힌 학생들 대신
교실 창문보다 더 키를 키운 갓꽃이
봄 기침을 하고 그 기침에
학생들이 길도 모른 채 책 안으로
노랗게 날린다
교실 안에서 길을 잃은 학생들에게
새들이 갓꽃보다 더 노랗게 시비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시험에 든 칠판의 눈총에
밤이 나무부터 차례로 지운다
덩달아 책 밖으로 나오는 길도
입구를 잃었다 새의 마지막 시비는
문장이 되지 못했다
책이 더 빛나는 중간고사 날 밤
교실 밖을 지키고 선 갓꽃이
무리로 시비를 시작한다
오 마이 갓갓갓
오 마이 갓갓갓
지난 해 갓꽃 아래 묻어주었던
목 꺾인 새가 언 날개로
땅을 헤치기 시작했다는
책 밖 이야기가 소문처럼 시험지를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