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발자국을 담는 사람

숲해설가는

by 이주형

자연의 발자국 담는 사람

- 숲해설가는 -


“선생님, 이 꽃은 왜 여기에 피었어요?”


수요일 아침, 생태도감 시간.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침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그날 핀 야생화를 기록하는 생태도감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해오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연을 알아가는 생태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해 왔기에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일 년에 학생들과 함께 야생화를 찾아 나선 횟수를 대략 40번으로 생각하고 지금까지 8년간 계속했으니까 내가 관찰한 야생화의 수는 400종이 훨씬 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많이 어려운 것이 자연이다. 어떻게 해서든 학교에 핀 식물만큼이라도 다 알고자 노력하지만, 사람의 능력으로 자연을 다 알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다는 것을 매년 깨닫고 있다.


아이가 가리킨 곳은 마루 밑이었다. 그곳에는 마치 치아가 한 칸 건너 규칙으로 빠진 듯한 아주 작고 앙증맞은 꽃이 피어있었다. 다행히 내가 아는 야생화였다. “털별꽃아재비”였다. 아이와 같이 땅에 엎드려 아이에게 이 야생화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내 시도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쓰레기 꽃

- 털별꽃아재비 -


꽃은 때론 손가락을

따라 피기도 한다


죽기 위해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피어도 핀 게 아닌 꽃


이름은커녕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꽃, 쓰레기 꽃


그림자 하나 허락되지 않는

땅에서도 하늘을, 별을

노래할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으로 읽는 땅의 서곡


그 언젠가 시간조차 버린 그곳에도

온기 가득한 그림자가 별을 따라

이야기를 지었다는 것을


세상 모든 땅은

별의 둥지라는 것을


우연히 날아든

손가락에 별을 밝혀

꽃이 비어 가는 계절에

꽃 사다리가 되는


손가락이 피어 올린

별을 사랑하는 꽃


“이거 진짜 선생님 시예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꽃이 왜 ‘쓰레기 꽃’이에요?”


아이의 말에 슬픔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래서 쓰레기 꽃의 유래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아이는 금방 슬픔을 지우고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다른 자연의 발자국을 찾아 자리를 옮겼다. 아이가 떠난 자리에 나는 홀로 앉아 계속 “털별꽃아재비”가 걸어온 자연의 발자국을 마음에 담았다.

숲과 숨은 자음의 계열상 같은 범주에 속한다. “ㅍ”과 “ㅁ”은 모두 “두 입술소리”에 속하는 양순음이다. 숲은 숨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숨에 따라 자연은 발자국을 내며 숲을 만들고, 나아가 지구 생태계를 이룬다. 숲해설가는 바로 그 자연의 발자국을 담고 전하는 사람이다.


#숲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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