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일기
-낯선 학교-
"명퇴하겠습니다!"
절대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미안함과 서운함이 가득한 말씀이셨습니다.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명퇴'라는 말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셨는지 경험으로 매우 잘 알기에 도저히 죄송해서 얼굴을 뵐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 개교 이래 학교를 적극 응원해 주시고, 학교를 위해 헌신해 주신 분들 중 대표적인 분들이 바로 마을 어르신들입니다.
칠순을 넘기신 연세에도 학생과 학교를 위해 바쁜 농사일 모두 미루시고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학교로 와 주시는 분들이 있으십니다.
그분들을 저는 "마을 인성 전담 교사"라고 합니다.
순수하게 마을 어르신들로 구성된 "마을 인성 전담 교사"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을 위해 그 어느 젊은 교사들보다 더 열심히 수업 연구를 하십니다.
국어, 영어, 수학이 공부의 전부가 된 세상이지만, 그 공부들이 정말 참 공부라면 지금 이 나라가 요 모양은 안 되었을 것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또 "국영수사과"를 외칩니다. 그것이 아니면 공부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공부가 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가장 핵심 이유입니다.
과연 이 나라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누구는 "힘드시면 그만 두라"고 말을 참 쉽게 합니다. 그리고 학생도 몇 명 안 되는데 반을 합쳐서 하면 어떻게냐고 합니다.
마을 학교 수업을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려고 해도 마을 어르신들께 너무 죄송하여 귀를 닫아버렸습니다.
마을 학교 선생님들은 삶의 지혜의 보고입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길과 역사와 희망의 아우라를 모두 가지고 있으십니다.
수업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으려는 태도와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짜 공부의 한 종류라고 믿습니다.
마을 학교 선생님들은 절대 일반 강사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것 같아 죄송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마을과 학교를 연결해 주고,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 주는, 그 어떤 일타 강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수업이 바로 마을 인성 수업입니다.
그 수업을 해 주시는 마을 어르신 선생님께서 명퇴를 하시겠답니다. 학급도 줄고 해서 학교에서 그만두라는 말도 못 하는 것 같아 자신이라도 학교의 부담을 줄여 줘야겠다고 생각하셨답니다. 그 말씀이 너무 슬프게 마음을 때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말씀을 듣는 내내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숨 쉬는 것조차 죄송하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어떤 일이 있어도 마을 어르신들 마음 다치는 일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지킬 힘이 없는 지금의 이 처지가 죽도록 싫을 뿐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분명하게 압니다, 우리를 키운 것이 마을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지금 아이들에겐 이야기가 넘치는 그런 마을이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교육이 살고, 학교가 살고, 아이들이 살려면 반드시 정과 이야기가 넘치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걸요. 그러면 지역 소멸이니, 국가 소멸이 이 따위 말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요.
학교의 사정을 들으시고 다시 교실로 향하시는 8년 차 마을 인성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마음을 다 하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늘 하듯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실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과수원에 약을 치러가야 해서 수업을 조금 줄여서 했는데 다음 주에 와서 더 보충하겠다는 말씀을 남기시고는 서둘러 댁으로 가셨습니다.
마을과 학교의 이야기만큼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지만-------!
어느 선생님이 말합니다, 학교가 너무 낯설다고!
학교가 참 낯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