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일기

비 덕담과 마을 학교

by 이주형

느낌 일기

- 비 덕담과 마을 학교 -


너무 반가운 단비, 금비, 생명의 비가 내립니다.


학교에는 매주 목요일 아침 금비보다 더 귀한 스승께서 오십니다. 스승은 없어진 지 오래고, 교사도 사라져 가고, 직장인 선생님만 남아지는 교단에 그래도 축복처럼 매주 스승을 뵐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저와 학교의 스승은 바로 마을 어르신들입니다.


시험을 위한 죽은 교과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살리는 지혜로 가득하신 마을 어르신들, 그분들은 분명 세상의 스승이십니다.


"비 오는데, 안 나와 계셔도 되는데, 고맙게 이래 매번 나와 계시네."


일주일 만에 감사와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께서는 비 덕담을 해주셨습니다.


"빗님이 정말 잘 오시네.

뭐가 그리 못 마땅하셨는지

정말 오랜만에 오시네.

50년 만의 봄 가뭄에

세상 다 타버리기 전에

정말 고맙게 오시네."


문장을 공부한 저이지만 세상 모든 것에 진심이신 어르신들의 문장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습니다.


메말라 가는, 불타는 세상을 걱정하시는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 그 마음이 곧 스승의 마음이라는 것을 오늘도 비 속에 기꺼이 학생들을 위해 학교로 오신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배웁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교실로 가시다가 한 분께서 다시 발걸음을 돌리시어 잠시 이야기하자며 오셨습니다.


"내년에는 달집 태우기 한 번 하는 게 어떤가! 올해는 할 줄 알았는데 ……"


웃으며 말씀을 하셨지만, 서운함이 가득 묻어 있는 말씀이셨습니다.


"예전처럼 달집 태우기 한번 하면 마을 주민들과 유대도 더 좋아지고, 학교와 마을이 더 좋을 건데 ……. 내년에는 ……."


마지막 말씀은 흐리셨습니다. 그 흐림 속에는 서운함과 부탁과 바람과 기대의 의미가 섞여 있다는 걸 알지만, 죄송하게도 예전처럼 선뜻 "하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저의 모습과 태도에 어르신은 당황하시며 수업을 위해 교실로 가셨습니다.


그 뒷모습이 몹시도 씁쓸하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하지만, 또 지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 죄송한 마음만 가득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시는 마을 어르신께 우산을 건네며 배웅 인사를 드렸습니다. 밝게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밝지 않음을, 아니 밝지 못함을 너무 잘 압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학교에 관해 전혀 어떤 말씀도 안 하시고, 혹여 다른 분이 학교에 대해서 서운한 이야기를 해도 모든 걸 학교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고 말씀을 해주시던 어르신이 오죽했으면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거듭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분이 저러하신데 다른 마을 어르신은 달라진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실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마을과 학교, 학교와 마을!

다른 지자체에서는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는 마을 학교 운영을 위해 기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지금껏 너무도 잘 활성화되던 마을과 학교의 관계가 조금씩 소원해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니 이 죗값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해오던 일이 멈춰버린 지금,

마을로 나가자고,

그리고 마을 이야기를 듣자고!


그러기에 앞서 책상 위에 가득한 은 서류들을 치우면서 마음 벽에 지워지지 않을 벽화를 그리듯 다음 글을 새깁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교육)의 기능이란?

학교(교육)의 본질이란?

학교(교육)의 역할이란?

그리고 교사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제가 만난 어르신들께서는 이 질문에 답을 주셨고, 그 답을 잊어버린 지금도 제에게 분명 더 큰 답을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저는 바꾸려고 합니다.

"한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교가 필요하다."라고요.


비 오시는 목요일 저는 마을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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