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일기
- 부고 (訃告)-
"선생님, 어르신께서 돌아가셨어요!"
놀람과 슬픔이 가득한 말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제까지 같이 수업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꽃선물까지 드렸는데,
그게 마지막 수업,
마지막 선물이었다니……"
선생님은 말씀을 잇지 못했다.
학교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평생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강좌는 색소폰 반과 피아노 반!
수강생들은 대부분 칠순이 훌쩍 넘으셨다.
배움은 나이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시기라도 하듯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 농사일로 힘드시지만 결석도 모르시고 학교로 오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나는 언제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
그런데 그중 한 분이 지난 주말에 세상을 달리 하셨다.
금요일까지 학교에서 피아노 수업을 들으셨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실 때
"학교에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의 정정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버스킹에서도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박수갈채를 받으셨던 할머니!
할머니의 명복을 빈다.
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내가,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러다 내 삶의 패턴을 생각했다.
문제를 받고, 고민하고, 답을 찾으면, 그 답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지워지고, 또 새로운 문제를 받는 패턴. 그러면 또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그리고 또 지워지고.
얼마 전에 내가 찾은 답이 또 지워졌다.
몇 달, 몇 년 동안 고민하고 고민하고 얻은 답이었다. 그 답이 채 몇 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지워졌다.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된 삶. 과연 "답"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다. 그래서 사전부터 찾았다.
사전은 "답(答)"을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1. 부르는 말에 응하여 어떤 말을 함. 또는 그 말.
2.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함. 또는 그런 것.
3. 물음이나 편지 따위에 반응함. 또는 그런 반응.
그리고 "답(答)"의 종류를 생각했다.
1. 대답
2. 정답, 해답, 오답
3. 회답, 응답
나는 이 중에서 어떤 답을 찾고 있었을까?
당연히 정답, 또는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말이 망설여지는 이유는 뭘까!
그러다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말이 생각났다.
"문제는 내 입장에서 푸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의 입장에서 풀어야 한다. 출제 의도를 파악해라."
나에게 주어진 문제는 어쩌면 정답, 해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과는 상관없이 나를 시험하기 위해 던져진 문제! 그것이 출제 의도였다면, 내가 찾은 답은 모두 하나같이 소용도, 의미도 없는 것들이었다.
마을 할머니의 부고를 생각하면서 사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꼭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마음에 그려보았다.
<꼭 해야 할 것!>
첫째, 부모님 자식으로 태어나 그동안 빚진 것 무한대로 갚기
둘째, 오롯이 두 아이의 부모로 살면서 더 많이 사랑해 주기
셋째, 더 일찍 마을 학교를 열어 더 많은 어르신 모시기
넷째, 교사는 절대 …………
더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에 하루가 무거운 오늘이다.
그토록 화려했던 꽃잔치도 이 비가 지나면 잊힌다.
하물며 사람 일이야.
자연은 그것이 아무리 화려한 꽃이라고 해도 때가 되어 내리는 비에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내려놓는다. 하지만 세상 만물 중에 그 어떤 비로도 절대 씻어낼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슬프다.
부질없음이라는 말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부질없는 문제들에 더 이상 시간과 마음을 뺏기지 말아야겠다.
지금부터 내가,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사력을 다해 고민해야겠다.
더 이상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도록 더 처절하게!
다시 한번 모든 마음을 모아 할머니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