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몸살

이사앓이

by 이주형

딸기 몸살

- 이사앓이 -


딸기 밭이 생겼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니다. 어디서 이사를 왔는지도,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딸기가 스스로 비닐하우스 바깥 한편에 일가를 이루었다.


하얀 딸기 꽃이 마치 거기가 자기 집인 양 오가는 바람과 나비,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 웃음이 하도 따뜻해 자주 딸기 집을 찾았다. 그 횟수가 늘수록 웃음을 잃은 내 표정도 다시 웃음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딸기가 나눠준 웃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 웃음이 전해지는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사명감처럼 들었다. 세상 많은 길 중에 가장 아름다울 것 같은 웃음이 오가는 길. 그런 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퇴근길 차에 오르자마자 길 안내 씨에게 물었다.


"웃음 길 찾아줘!"


검색창이 돌기 시작했다.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설렜다.


"몇 번째 항목을 선택할까요?"


있었다, 더군다나 세 곳이나.


"경기도 화성시 웃음길"


놀라웠다. 궁금했다. 시간을 내어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딸기 꽃 사이로 쑥, 소리쟁이, 민들레 등이 보이는가 싶더니 4월 하순 넘어서부터는 그들의 키가 딸기를 넘어섰다.


더부살이가 어려울 것 같아 풀을 뽑아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뿌리들은 서로를 받아들인 상태였다. 그래서 풀 하나 들어 올리면 딸기까지 뿌리째 같이 올라왔다.


자연이 하는 일에 괜히 손을 댔나 후회를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사람 손 탄 자연의 최후를 알면서도 이기적인 인정은 또 제멋대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까지 옮겼다.


'새로운 딸기 밭을 만들어 주자!'


그래서 딸기를 이사시키기로 했다. 먼저 비워두었던 텃밭을 정리했다. 풀을 뽑고, 흙을 모아 이랑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딸기와 풀을 분리해서 뽑았다. 딸기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뽑는 대로 바로 옮겨 심었다.


그렇게 한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사에 집중했다. 마지막 뿌리에 흙을 고이 덮어주니 옷에 땀이 흥건했다. 물을 듬뿍 주면서 딸기 이사는 끝이 났다. 너무 다행인 것은 다음 날 비 예보가 있다는 것이었다.


예보는 적중했다. 비가 왔다. 딸기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비를 맞이하였다. 조바심 가득한 마음은 딸기가 새로운 곳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이사를 결정한 내 생각에 찬사를 보냈다.


이사 후 매일 딸기 밭으로 향했다.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책임감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사 3일 후. 딸기들의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몇몇은 줄기를 곧게 세우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허리가 꺾인 채 땅에 붙어버렸다. 이기적인 생각은 "멀미"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래, 딸기도 멀미를 하는 거야.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허리를 세우고 씽씽해질 거야."


하지만 예상은 엇나갔다. 매일 물을 주었지만, 그리고 매일 희망의 말을 전했지만, 딸기는 허리를 세우지 못했다. 그 모습은 거의 참사 수준이었다. 다행히도 몇몇이 다시 힘을 내기는 했지만, 많은 숫자의 딸기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뿌리 내림을 실패했다.


'자연'과 반대되는 말이 '인위(人爲)'다. '반대'는 파괴와 의미가 통한다.

사람 손이 닿은 자연은 무참히 파괴되고 만다는 것을 너무 잘 알면서도 아픈 경험으로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생명력과 적응력이 탁월한 자연도 인위적으로 옮겨지면 적응에 무척 힘들어하는데 사람이야 오죽할까 싶었다.


사람 손 탄 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너무도 실감 나게 확인하는 요즘이다.


사람, 손, 참, 징하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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