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48) 나무혼

나무가 (내소사 느티나무)

by 이주형

나무혼

-나무가 -


나무의 음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음 속에서 호흡하며

그 음을 따라 걷다 보면

헐벗은 마음 숲 어디 즈음에도

나무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그림자를 키우지 않을까


나무의 음을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희망을 노래하던 떠난 새들이

다시 돌아와 더 푸르게 희망을

노래하지 않을까


나무의 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면


다정히 행복을 꽃피우던

뿌리 거둔 꽃들이 다시 행복을

다정히 꽃 피우지 않을까


나무의 음을 다시 들일 수만 있다면


나무의 음표 위에서 춤 추던

동물들이 신명겨운 춤으로

지워진 산 길을 다시 내지 않을까


그리고 그리고 지워진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산을 오르는 내게 나무는

그림자로 계단을 놓아준다

산기슭을 오르는 내게 나무는

비탈을 견디는 자세를 알려준다


세상 소리도

내 안의 소리도

듣지 못하는 내게

나무가 자꾸 자꾸

음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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