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잔개자리 근육

꽃도 근육이 있다

by 이주형

잔개자리 근육

- 꽃도 근육이 있다-


자리가 중심을 잃던 날

발은 허공을 걸었다


무심코 발을 내딛는 순간

시간이 얼어버렸다


얼음을 만든 것도

얼음을 푼 것도

이름 모를 꽃이었다


꽃은 그렇게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근육으로 내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시간은 오색찬란한 영화에서

흑백무성영화로, 결국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흘렀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다시 바늘구멍 같은

빛이 보이더니 그 빛이 다시

빛을 부르고, 그 빛이 다시

빛을 낳고, 빛 묶음이 어두운

가장자리에 꽃으로 피었다


그곳이 중심이었다

모든 감각이 그곳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같은 길은

나를 지우는 가장자리였다

그런 나를 멈춘 건 길 구석에 핀

노란, 아주 작은, 그래서

잔개자리가 불리는

노란 꽃이었다


그 꽃은 그곳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소와 말의 먹이가 되어도

그들을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핀 꽃이


자리를 잃은 발에서

즐거운 추억이라는

근육을 다시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