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개자리 근육
- 꽃도 근육이 있다-
자리가 중심을 잃던 날
발은 허공을 걸었다
무심코 발을 내딛는 순간
시간이 얼어버렸다
얼음을 만든 것도
얼음을 푼 것도
이름 모를 꽃이었다
꽃은 그렇게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근육으로 내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시간은 오색찬란한 영화에서
흑백무성영화로, 결국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흘렀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다시 바늘구멍 같은
빛이 보이더니 그 빛이 다시
빛을 부르고, 그 빛이 다시
빛을 낳고, 빛 묶음이 어두운
가장자리에 꽃으로 피었다
그곳이 중심이었다
모든 감각이 그곳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같은 길은
나를 지우는 가장자리였다
그런 나를 멈춘 건 길 구석에 핀
노란, 아주 작은, 그래서
잔개자리가 불리는
노란 꽃이었다
그 꽃은 그곳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소와 말의 먹이가 되어도
그들을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핀 꽃이
자리를 잃은 발에서
즐거운 추억이라는
근육을 다시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