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나물 시점
- 나를 지우기 -
장마구름이
드리운 시간은
언제나 어머니의
배경이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평생
등골을 빨아먹는
독버섯 같은 습한
이야기만 자랐습니다
등뼈를 우리듯 어며니의
등골을 우려낸 것은
언제나 이야기 속에서
태앙을 지운 나였습니다
더 이상 내어줄 것도 없는
빈 시간을 놓으려 하면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로
초침이 되어 어르고
분침이 되어 달래고
시침이 되어 을렀습니다
할머니 산소길에 핀
등골나물을 보면서도
입맛을 다시는 나를 보고
산이 나를, 내려가는 길을
서둘러 지웁니다
오랜만에 장마가 걷히고
산 등선이 너머가 붉어집니다
"애비야, 벌초 마치고 시골,
시 한 그릇 하고 가거라."
늘 시간 너머의 시간을
사실 것 같았던 어머니의
등 굽은 문자에 스스로
내려가는 길을, 나를
산보다 서둘러 지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