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장대냉이 전언

이름살이

by 이주형

장대냉이 전언

- 이름살이 -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맞이한 처음이 쓴 언어였다


발견의 기쁨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시간이 저리도록 네 앞에 앉아

눈 맞춤을 하는 것은

기쁨의 발견이었다


저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어떤 꽃도 뿌리내리지 못한,

시간마저 비껴지난 그곳에서

신비한 연분홍 이야기를 빗는

너에 대한 새로운 기대였다


마음은 연분홍에 어울리는

너의 이름을 상상했다

앎이 장벽이 되는,

이름이 덫이 되는 순간은

상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너의 이름을 알기 전까지

흥분에 갇힌 마음은 좀처럼

진정을 모르고 수시로

장대 끝을 넘어섰다


하지만 장대 끝에서

떨어지면서도 구차한 앎은

냉이라는 말이 지어놓은 굴레에

너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는

천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앎이 마음을, 너를, 자연을

척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름으로 알게 한 너는


"장대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