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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해박 열정

디오게네스를 맍나다

by 이주형

산해박

- 디오게네스를 만나다 -


갈맷빛 가득한 산길에서

잎겨드랑이가 피워 올린

노란 별무리를 만났다


잠시 앉아 사진으로

인사하고 일어서는 나를

알렉산드로스 왕을 쳐다보는

디오게네스의 얼굴로 그가

새물새물 웃으며 배웅한다


그가 약의 왕, 영웅초라는 걸

알기 전에는 하늘을 가리고 선

내가 알렉산드로스라 생각했다

하늘 위엔 나만 있었다

착각의 늪은 깊었다


착각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향하는 면박에 놀란

잠이 서둘러 도망갔다


그때까지 몰랐다

주봄이 그렇게 어색한지

마음씀이 그렇게 인색한지

생각품이 그렇게 옹색한지

그것들이 그렇게 또 나를

결박하고 있는지


잠이 몹시도 그리운 새벽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오른

산길에서 잠을 옥죄는

얽히고설킨 마음의 각마다

노란 별을 다는 해박이라는

이름의 그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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