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박 열정
- 디오게네스를 만나다 -
갈맷빛 가득한 산길에서
잎겨드랑이가 피워 올린
노란 별무리를 만났다
잠시 앉아 사진으로
인사하고 일어서는 나를
알렉산드로스 왕을 쳐다보는
디오게네스의 얼굴로 그가
새물새물 웃으며 배웅한다
그가 약의 왕, 영웅초라는 걸
알기 전에는 하늘을 가리고 선
내가 알렉산드로스라 생각했다
하늘 위엔 나만 있었다
착각의 늪은 깊었다
착각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향하는 면박에 놀란
잠이 서둘러 도망갔다
그때까지 몰랐다
마주봄이 그렇게 어색한지
마음씀이 그렇게 인색한지
생각품이 그렇게 옹색한지
그것들이 그렇게 또 나를
결박하고 있는지
잠이 몹시도 그리운 새벽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오른
산길에서 잠을 옥죄는
얽히고설킨 마음의 각마다
노란 별을 다는 산해박이라는
이름의 그를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