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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짚신나물 비행

나이테 발자국

by 이주형

짚신나물 비행

- 나이테 발자국 -


길 선택에 있어

시간을 몰아붙인 건 나였다

넘어가는 해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건 처음부터

발자국을 달래기 위한 미끼였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발자국을

옮기는 것은 산을 뽑는 것보다

힘들었지만, 발자국을 산 길에

홀로 둘 수는 없었다


7월 들어 야위기 시작한

산 길에는 들꽃의 숨소리도

같이 야위어 갔다


간간이 보이는 으아리도

서둘러 꽃문을 닫았다

나무 그림자 짙은 품에서

잎을 내리기 시작한 들꽃이

뿌리에 나이테를 새겼다


선택의 확신을 강요하는

시간 앞에서 떨어지는 잎보다

가벼워진 마음은 매미소리에도

정신없이


자기만의 색깔로 사는

짚신나물이 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는 발자국을 꽉 잡았다

그리고 꽃말과 전설을

나눠주었다


발자국에 나이테가 첫 원을

그렸다 두루미가 길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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