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5) 그렇더군

먼저는 항상 아프다 (이별 시3)

by 이주형

그렇더군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막지 않고 잡지 않고

먼저 손 내밀었더니

좋아라 하더군

영원하리라 찬양하더군


하지만 결국 어렵게

어렵게 내민 손

또 그렇게 쉽게 쉽게

놓아 버리더군

처음 보는 손인 양 그렇게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가버리더군


애써 붙잡으려 손 내밀었지만

그럴수록 더 빨리 가더군

보리도 패지 않았는데

문둥이 보듯 그렇게

빨리 가더군


꽃은 떨어진 후

흔적이라도 남지만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그렇게 서둘러 가더군

먼저는 항상 그렇게

청승만 남더군

얹힌 마음 쉽게 내려가지 않고

꺼이꺼이 구역질만 나더군

속 시원히 한 번 토해내면 그냥

그렇게 내려갈 줄 알았는데

나 혼자만 그것도 쉽지 않더군

오랫동안 맺힌 마음 잊으려

몸부림칠수록

체증(滯症)은 더해만 가더군


가을날 혼자는 아프더군

정말 아프더군

그럴수록 몸은 둥글어지고

꺾인 마음엔 각이 생기더군

둥글어질수록 각은

더 날카로워지더군

시간도 어쩌지 못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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