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원을 찾아주신 선생님의 말씀에는 진정 놀람과 감탄과 경이, 그리고 감사함이 가득했다.
정원 위치를 생각할 때 작은 공연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과 같은 밴드 연습실 겸 전문 공연장이 자리할 줄은 미처 몰랐다. 사용하지 않는 교실이 있어 피아노 연습실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30년 묶은 낙엽을 걷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겉으로는 자신을 녹여 땅으로 돌아가려는 나뭇잎의 무심(無心)의 모습을 보는 것 같지만, 조금만 더 깊이 낙엽을 긁다 보면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를, 마치 화석같이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나뭇잎 층을 볼 수 있다. 땅에 가까울수록 그 모습은 더 선명하다.
말이 좋아 무욕, 무소유이지 사실 모든 것을 놓아야 할 때가 오면 그것을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낙엽층을 보고서야 더 확실히 알았다. 그것이 죽을 만큼 아픈 이별이면 …….
3월과 4월 꼬박 2달을 낙엽을 긁으며 살았다. 때 이른 모기에게 물림은 물론이고 진드기에도 물려 병원에 가기도 했다. 모든 장소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기운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만의 습관이 있다. 낯선 곳에 들어갈 때는 잠시 합장을 하고 작게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들어간다.
몇 년 동안 사람을 받아들인 적 없는 곳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음산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매번 큰 소리로 "들어갑니다!" 하고 크게 외쳤다. 낙엽을 치우면서도 등골이 오싹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지켜준 것이 학생들이었다.
1학년 선우는 쉬는 시간이면 무조건 내게로 왔다. 그리고 알면서도 물었다.
"교장 선생님, 뭐 하세요!"
그러면 나는 매번 답을 달리해서 말했다.
"낙엽 치우지!
시간 정리하지!
나무 마음 달래지!
땅 숨 길 내지!
바람 길 찾아주지!"
나 스스로도 낙엽을 치우는 게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렇게 꼬박 2달에 걸쳐 지금의 멸종 위기 식물 보존 학교 정원의 터를 다졌다.
2달 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학교 모습이고, 또 하나는 학생들의 표정과 쉬는 시간의 모습이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내가 일하는 곳을 지나 피아노 연습실로 달려갔다. 거기서 학생들은 스스로 악기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피아노 소리만 나다가, 그다음에는 드럼 소리, 그다음에는 태평소 소리까지 났다.
소리가 많아지면서 학생들은 악기 연습 장소를 확장하였다. 비 가림을 위해 처마에서 덧달아 어어 놓은 달개집이 근사한 공연장이 되었다.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이면 달개집에서는 멋진 밴드 공연이 이어졌다.
정원의 모습이 완성되어 가는 것처럼 학생들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도 완성되어 갔다. 학생들의 멋진 공연 덕분에 나는 더 힘을 내어 정원을 완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