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원 이 아기
- 노랑원추리 -
큰비가 지났다. 산사태와 인명 피해 등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 학교 저수지도 범람 직전까지 차올랐다.
새벽에 집중된 비는 출근길을 막아 세웠다. 그래도 가야 했다. 학교로 가는 길마다 도로를 지우는 물길이 새로운 길을 냈다. 자칫 그 새로운 길로 빠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산은 자신의 일부를 떼어서라도 길을 잃은 물길을 토해내야 했다. 산의 잔해들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누구도 길을 이야기해 주는, 또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출근 시간보다 1시간이 훨씬 더 걸려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의 사정 또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멸종위기 식물 보존 학교 정원 일부가 잠겼다. 하지만 나에게 그보다 더 위태로운 학교가 보였다. 그래서 학교 시설을 먼저 둘러보느라 정원의 식물 상태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우왕좌왕했다.
오히려 침착한 건 학생들이었다.
그렇게 오전 내내 비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정원으로 갔다. 멸종위기 2급 식물인 삼백초는 곧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이사 멀미를 하느라 자리를 잡지 못한 노랑원추리가 거의 땅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서둘러서 땅에 붙은 잎을 떼어내고 줄기를 바로 세우고 주변 흙을 끌어다가 꼭꼭 눌러 주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원추들이 바로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다 쓰러지는 거라고, 그러다가 비가 오면 자세를 고쳐 더 바르게 서는 거라고! 폭우가 온다고 절망도 함께 오는 게 절대 아니라고! 뿌리로 찾은 길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잊은 척하고 살라고, 그러다 보면 또 길은 길로 이어질 거라고! 모든 게 이름대로 산다고, 자신은 자신의 꽃말대로 산다고! 나도 꽃말 하나 정도 마음에 새기고 살라고!
식물들이 만든 정원의 숨이 숨 넘어가는 내게 숨을 보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