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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Jul 30. 2024

(시) 다행

그깟

   다행 

- 그깟 -


다행입니다


밤 8시 너까지 세상을

지배하던 해의 호흡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선택권을 뺏긴 이에게

해의 강요는 늘

일방적이었습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만 하는 일은

원죄의 굴레였습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할수록

해는 더 짱짱했습니다


눈을 감는 것도

한순간 뿐이었습니다

이미 포기가 일상이

된 지 오래지만,

희망, 기대 따위를

버린 지는 더 오래지만

요망한 마음은

"그래도"를 외칩니다


소용없는 발버둥임을

알지만, 해를 향해 더

눈을 부릅뜹니다


그 순간 보았습니다

더 높아진 구름과

더 부드러워진 하늘을


그리고 들었습니다

여름 해를 송별하고 오는

바람의 서늘한 심장소리를


다행입니다

그깟이라는  같은

말을 게 되어서


그깟 세상 때문에

그깟 사람 때문에

그깟 마음 때문에


그렇습니다

세상엔 꼭 죽으라는 법만은

없는 모양입니다


이제 다시 나를 봅니다

이제 다시 세상을

정면으로 똑바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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