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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Oct 09. 2024

(시) 다시, 산, 길

경주 무장산에서

    다시, 산, 길

- 경주 무장산에서 -


큰 비 한 번에 10월은

빠르게 열에 감긴 여름을

달력 뒤로 안내했다


갑작스런 여름 실종에

길 위의 사람들은

수련처럼 낮엔 폈다가

밤이 되면 주머니를

찾아 스스로를 접었다


습관이 된 지독한

외로움에 움츠린

이들을 위해


10월 나무는 별빛을 품은

나뭇잎에 단풍불을 넣었다

쑥부쟁이가 꽃부채로

풀무질을


산 길 허리마다

이고들빼기

개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가


다시 산 길 위에 선

이들의 그림자에

꽃잎으로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림자가 무장산 억새를

따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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