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산, 길
- 경주 무장산에서 -
큰 비 한 번에 10월은
빠르게 열에 감긴 여름을
달력 뒤로 안내했다
갑작스런 여름 실종에
길 위의 사람들은
수련처럼 낮엔 폈다가
밤이 되면 주머니를
찾아 스스로를 접었다
습관이 된 지독한
외로움에 움츠린
이들을 위해
10월 나무는 별빛을 품은
나뭇잎에 단풍불을 넣었다
쑥부쟁이가 꽃부채로
풀무질을 했다
산 길 허리마다
이고들빼기
개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가
다시 산 길 위에 선
이들의 그림자에
꽃잎으로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림자가 무장산 억새를
따라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