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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Dec 16. 2024

(시) 단풍 메아리

12월 나무

   단풍 메아리 

    - 12월 나무 -


잠들지 말라고

잠들지 말라고


지난밤 12월

건너는 나무를

세차게 깨우던 바람은

나무가 아닌 나를

깨우던 것이었습니다


서로에게 잠시

기대려는 나무를

12월 바람은 성난 역사의

파도로 매몰차게

몰아붙였습니다


밤이 길수록

바로 서라고

밤이 깊을수록

더 똑바로 서라고

바람은 혼신의 힘으로

나무를 안았습니다


한 번 기울어지면

기울어진 채로 살아야 한다고

그 기울기가 날카로워지면

나 자신도 어쩌지 못한다고


한 번은 어려우나

두 번, 세 번은

쉬워도 너무 쉽다고


12월 여의도를

건너온 바람이

나무에게, 아니 나에게

고함칩니다


그 소리에 12월 단풍이

더 붉게 한숨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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