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닌 나무
- 나무 아닌 나무-
나무에 닿으면
바람은 나무가 된다
바람에 닿으면
나무도 바람이 된다
같은 언어를 쓰는
비도, 구름도, 바위도
나무가 된다
매일 해를 품어
달을 낳는 나무도
그들이 된다
바람이 구름을 부르는 소리
구름이 비를 보내는 마음
비가 바위를 만나는 시간
바위가 나무를 품는 온도
이 모두가 같음을
나무는 안다
다만 사람이 나무에
닿으면 나무도 사람이
됨을 바람은 안다
사람의 시간에서는
태양은 태양으로 뜨고
달은 달로 뜬다
나무 아닌 나무가
숲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구름이 바위를 안고 몹시
우는 날 마른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