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기대, 그리고 기대
내게도 큰 버팀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간이라도
건널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길이라도 가지 못 할 길이
없었습니다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는
기대어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진리입니다
기대의 시작이 기댐이라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네, 그렇습니다
기대를 그리며 산다는 것이
지금껏 기대고만 살았습니다
기댈수록 기대는 커졌습니다
기대가 당연함이 되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 당연함의 맹목에
버팀목이 기울기를 잃어가는 것도
모르고, 기대에 중독된 삶은
지독한 일방통행으로 변했습니다
자기가 변한 것도 모르고
변했다고 어떻게 변할 수 있냐고
매일 몰아세우기만 했습니다
기대를 오염시킨 것은 나였습니다
기대는 기다림을 낳았지만, 이젠
그 기다림마저 오염되었습니다
오늘도 기댈 곳만 찾아
마음이 멉니다, 먼 마음에
원망이 기대어 옵니다
원망은 기다림을 눈멀게
하였습니다
눈먼 기다림에 희망마저
오염되었습니다
한 번도 기댈 곳이 되어주지
못한 것을 알기에
한 번도 미련 같은 기대조자
주지 못한 것을 알기에
미안하다는 말은
쏜 화살이 되어 내게 박힙니다
숨마저 말라버린 기대지만
봄이라고, 그래도 봄이라고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에
기대어 봅니다
염치없는 혹시나가 기대를
불러보지만, 기대는 저 멀리서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제길을 갑니다
내게도 기대로 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게도 세상 가장 큰
기대 안에 살게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